1화 첫 번째 희생양
남자의 머리에서 지식과 욕망을 읽어낸 악마는 마침 할 것도 없으니 그것들을 실현시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무한한 지식과 지혜가 있었던 자신의 육신이었더라면 그 일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자의 지식은 너무나도 얕기만 했다.
얄팍한 지식.
오랜만에 수육을 했건만 이런 머리로 세상을 굴러다닌다면 그 끝은 분명 감옥에서 썩어문들어지는 결말일 것이다.
악마는 자신이 해야할 것의 리스트를 짜보았다.
최종 목표는 이상적인 쾌락을 맛보는 것.
그것을 하기위해 필요한 것은 힘을 길러야만 했다.
그 전까지 자신은 나약하기 그지없을테니 충직한 부하 하나도 있으면 좋을것이다.
힘을 기르는 일은 이 육신의 아비가 남긴 마도서를 사용하면 되었기에 악마는 자신의 노예로 쓸만한 자가 있는지를 상기해 보았다.
마침 재벌인 '이 육신'에게는 충성을 바친 자들이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끼리끼리 논다고 해야할까? 그들은 이미 충분한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인간들 뿐이었다.
악마가 원하는 것은 충성스럽기만 한 인간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라면 죽을수도 있는 개였다.
안락한 삶과 튼실한 뒷배가 있는 인간은 결코 충성스러운 개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제단을 나서려던 악마는 자신의 아버지였던 잿더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잿더미 위에 포개어진 마도서를 주워들었다.
*
끼익!
검은 차량이 어느 마을 앞에 멈춰섰다.
아름답게 다듬어진 돌길과 목조 건물로 이루어진 그 마을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악마는 차량의 창문을 내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느 사람들을 쓰윽 훑어보았다.
세상이 혼탁하여 쓸만한 여자를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이런 느긋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에서 자라왔다면 쓸만할 육노예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할까요"
운전석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마는 아버지가 실종된 후의 소란을 잠재우고나서 처음으로 만든 자신의 인간 부하...정확히는 충성스러운 개를 바라보았다.
개가 된 사람은 원래 이 남자의 수행기사 였던 남자였다.
이미 충직하기 그지없는 남자이긴 했지만, 악마는 노예를 제작하기 위해 수행기사의 가족들을 일부러 불행에 빠뜨렸었다.
악마는 빚더미에 나앉은 부랑자, 그것도 폭행 전과기록이 있는 자들에게 돈을 주고 수행기사의 아내를 강간하고 폭행하여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그리고 수행기사가 병원에 가 있는 아내를 보기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집에 불을 지르도록 하였다.
수행기사의 두 아들과 딸이 심한 화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의 가족들은 살아남긴 했으나 멀쩡한 모습은 아니었다.
수행기사는 가지고 있는 돈이 떨어지자 운명을 비관하며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악마는 그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자신의 재력을 사용해서 말라죽어가던 그를 도와준 것이었다.
극한에 몰린 자에게 내밀어진 은혜라는 것은 평생을 다 갚아도 모자란 것.
악마는 그렇게 부하를 얻게 되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인간은 충성스러운 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랬기에 천문학적인 병원비라는 목줄을 수행기사의 목에 채워놓았다.
수행기사는 이제 목줄이 끊기기 전까지는 눈이 멀어버린 충견이나 다름없었다.
손쉽게 만든 첫번째 수하.
악마가 손수 제작한 노예인 그에게 맡긴 첫번째 임무는, 악마 자신이 돈으로 부렸던 부랑자들을 죽이게 하는 것이었다.
수행기사는 그렇게 스스로 증거를 인멸해주었다.
첫번째에는 살인으로 인하여 충격을 받은 수행기사였지만, 그는 악마의 테스트를 거쳐가며 점점 더 무미건조해져갔다.
어차피 인간이었기에 나중에 가면 버릴 녀석이긴 했지만, 악마는 그가 자신의 첫수하인 만큼 오래오래 쓸 생각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아르..."
"밖에서는 그 이름을 꺼내지마"
"죄송합니다 데우스님"
"브리핑"
데우스와 수행기사는 첩보기관에서나 사용될법한 실리콘으로 제작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목소리 또한 원래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데우스는 망원경을 건내받아 창문 너머로 마을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 인간인가?"
"정확히는 저 세 명입니다. 지금은 왼쪽 끝에 있는 사람을 찍어놨습니다."
데우스의 눈에 비친것은 여자였다.
인터넷 기록과 평소의 품행, 가족관계와 그 가족들의 품성, 가족의 직업과 활동 범위, 그리고 친구 관계 등을 뽑아내어 고르고 고른 여자였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인간이 존재했다.
태어날때부터 악할 운명을 지닌 자.
태어날때부터 선할 운명을 지닌 자.
그리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
수행기사가 자신이 시키는 대로 제물을 골랐다면, 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선할 운명을 타고난 자였다.
그녀가 태어난 시간과 날짜, 장소를 마도서의 지식과 대입해본 악마는 타겟이 선한 운명 타고 태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우스는 여자를 살펴보았다.
작은 체구, 차분하고 촉촉해보이는 숏컷에 가까운 검은 단발.
단조로워보일까봐 포인트를 준 것인지 호박색 머리핀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옅은 회색의 체크무늬 플리츠 스커트. 후드 재킷.
앳된 얼굴이 띄고있는 천진난만한 미소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자의 무지함으로 가득했다.
데우스는 수행기사에게 대기 명령을 내리고 남몰래 소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무런 경계도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소녀.
활발한 성격으로 보이는 그녀는 조심성 없이 계단을 오르며 짧은 스커트의 밑부분을 전부 다 보이고 있었다.
무늬가 없는 검은 속옷으로 덮힌 엉덩이가 사랑스럽게 살랑거렸다.
소녀가 향하는 곳은 마을에 설치되어 있는 자그마한 수영장이었다.
데우스는 길목에 대기시켜둔 오토바이를 타고 미리 수영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규모가 작은 이 마을의 수영장은 높은 곳에 위치한 대다가 구석진 곳에 있기까지 해서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수영을 하려면 물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곧바로 해변으로 가거나 저 밑에 있는 대형 수영장으로 가면 됐으니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같이 이곳에서 꾸준히 수영 연습을 해왔다.
그 정보를 한 달 전에 입수한 데우스는 그 즉시 수영장을 매입했고, 평소에 수행기사에게 이곳의 관리를 시켜왔었다.
오늘은 데우스가 미리가서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녀가 들어오자 데우스는 남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밖에다가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걸고 철문을 걸어잠갔다.
실내 수영장의 안쪽은 조명을 조절해놨기에 상당히 어두웠다.
채광이 있기는 했으나 천장이 불투명한 글래스 처리가 되어있어서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뿌연 햇빛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탈의실로 들어간 소녀는 평소처럼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데우스는 미리 탈의실 벽면을 뜯어고쳐 만들어둔 매직미러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제와서 보니 생각보다 체구가 엄청나게 작았다. 가슴도 마찬가지였다.
골반과 엉덩이가 잘 빠져있었기에 전체적인 몸의 라인이 아름다워서 그렇지 균형이 엇나갔으면 짜리몽땅하게 보였을 몸이었다.
매일같이 운동을하고 있었기에 소녀의 몸은 전체적으로 탄탄하고 쭉 빠져있었다.
아니지, 탄탄하다 보다는 탱글탱글이 어울릴 것이다.
얼굴은 귀여웠다.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은 살짝 감겨 있어서 차분하지만 장난끼 있는 인상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친해지면 금방이라도 애교를 부릴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계단을 오를때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아무도 없었음에도 알몸의 가슴을 팔로 가리며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소녀.
데우스는 지금의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맨들맨들한 전신을 감상한 데우스는 이 여자를 애완동물로 키운다면 고양이 쪽 코스프레가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분명 어울리리라.
탈의를 마친 소녀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인지 매직미러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러더니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의 수영복 모습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데우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의 앞에 똑바로 서서 자신의 자지를 발기시켰다.
꼿꼿히 서오른 거대한 육봉의 끝은 소녀의 입가에 닿아있었다.
'오나홀만한 사이즈로군'
데우스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소녀가 탈의실을 뛰쳐나갔다.
어둑어둑한 곳에서 수영장의 찰랑거림이 들려왔다.
데우스는 탈의실의 비밀통로를 따라 이동해서 수영장 아래에 만들어둔 관찰실로 와서 의자에 앉았다.
매직미러 너머로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가히 예술작품이나 다름없었다.
반들반들한 경기용 수영복을 입은채 헤엄치는 아름다운 처녀의 아름다움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는 마음속에서 채점을 완료했는지 수행기사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가상화폐로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
꽤나 감각이 좋아서 어찌어찌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한 번 무너지면 앞을 보지 못하는 법이었다.
허영에 들어차있지만 기술은 좋은 소녀의 아버지를, 데우스는 철저하게 무너뜨릴 작정이었다.
그냥 생으로 소녀를 납치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기왕 노는거 좀더 재미있게 놀아야하지 않겠는가.
데우스는 미소를 띤 얼굴로 전송을 눌렀다.
- 낚시 시작해
여자는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도 못한채 활기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물이 좋은 것을 확인한 데우스가 찌를 던졌다.
그녀는 결국 바늘을 물 것이다.
물 수밖에 없도록 자신이 그리 만들 테니까.
*
3개월 후.
그녀는 집앞에 서 있는 검은색 차량을 보게 되었다.
짙은 썬탠이 되어 있어서 안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누군가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의아해하며 집으로 들어선 소녀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의 발 밑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엄마? 아빠?"
놀란 얼굴로 빨간 책가방을 떨어뜨리자, 남자들이 고개를 돌려 흉악한 목소리로 말한다.
"딸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