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화 전생의 업? (수)
최고의 호스트.
001.
전날 마신 술에 취해.
화장실 변기에 기대어 자고 있는 남자.
그에게 다가온 행운.
-삐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씨.
성년이 된 첫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전생자가 남기신 선물
전생의 업을 이어가시겠습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현재 정상적인 의식이 아님을 확인.
자동 동의가 진행 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아아아아악!”
몸에 위협을 느낀 본능이 날 강제로 일으켰다.
정신을 차리자 순간 선명해진 고통에 다리가 미친 듯이 아파왔다.
“…으윽 대체 뭔데!”
칠흑 같은 공간속.
난 보이지 않는 눈에 이리저리 손을 뻗어 주변을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다.
턱.
'딱딱해..?'
정체모를 무언가를 짚은 난 저려오는 다리를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
쿵.
"끄흡..."
눈물이 난다.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지?
머리부터 넘어진 덕에 시선이 하얘지는 고통속에서 한참 동안 꿈틀 거린 난 다급히 손을 펼쳤다.
"피..! 피..는 후우.. 안 나네.."
…우선 나가야 겠다.
이 공간은 내게 너무 치명적이다.
주변을 더듬 거리자 어렴풋이 잡힌 문고리를,
난 그대로 활짝 열어 젖혔다.
끼이익-
순식간에 밝아지는 시야.
'시발.. 이게 뭐야.'
난 그 사이 펼쳐진 풍경을 멍하니 쳐다봤다.
허름한 꽃무늬 이불.
짙은 갈색 침대.
'…목욕탕 스킨 로션 세트?'
황급히 뒤를도니, 쩍쩍 금 간 타일이 이리저리 널려 있는 화장실 문.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허…
한참이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난 앞에 보이는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아 담배를 꺼냈다.
칙칙 후우우우
'…여긴 여관 인가? 대체 어제 몇 시까지 처 마신거야..'
손가락에 끼인 담배에선 연신 재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새벽에 변기통 잡고 뭘 본 거 같은데..."
후우우우우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기억이 안난다. 머리가 리셋이라도 된 것 같다.
담배를 대충 꺼버린 난 꽃무늬 침대에 풀썩 누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명, 뭔 호스트 어쩌구가…"
띠릭-
<<전생의 업을 이어 받았습니다.>>
[호스트바 선수로 정상 찍기.]
이번 생에도 다시 한번
파이팅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김민우 씨. 당신의 친구 염라가.
"……?"
지금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난 허공에 떠 있는 글자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전생의 업..? 내가 전생에 호빠 선수였다고?'
순식간에 꽈아악 지푸려지는 얼굴.
호빠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눌러는 봐야겠지?
휘적 휘적
'…?'
휘적 휘적 휘적
'……'
"아니, 씨발아! 아무것도 없잖아! 줄거면 제대로 주던가! 전생의 업! 호스트빠! 김민우! 또 뭐.. 아, 염라!"
띠릭—
'… 나왔냐!'
전생의 업 동기화 중 0%
…………………………
갑자기 뜬 동기화 메시지.
전생의 업 동기화 중 15%
…………………………
전생의 업 동기화 중 52%
…………………………
전생의 업 동기화 중 100%
…………………………
띠릭—
김민우 전생의 업 동기화 완료.
이번 생도 화이팅 하세요—!
메시지를 멍하니 쳐다보는데 순간 툭, 꺼져 버렸다.
'좆됏다!'
난 급히 손을 들고 휘적거려봤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뭐.. 뭔데.. 뭔 암호가 있는 거야?”
"…"
“전생의 업! 호빠 선수!”
띠릭—
사용자가 바라는
최적의 형태로 구현됩니다.
명명: 전생의 업
ㅡㅡㅡㅡㅡㅡㅡㅡ
[김민우, 20세 남성]
[특성]
[상점]
[퀘스트]
“뭐.. 뭐야.. 이렇게 세 개가 끝이야?”
기대감은 만땅으로 채워놓더니 장난하는 건가?
왠지 아까부터 왔다갔다 하는 게 이번엔 불량으로 왔나보다.
'끄응..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난 특성이라 적힌 글자를 스윽 눌러봤다.
삐릭–
[특성 구매]
특성:
"…"
휑한 특성 창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다시 한 번 '특성구매' 버튼을 눌러봤다.
삐릭–
<특성을 지정하실 수 있습니다.>
[미지정된 특성은 기존 특성이 일정 레벨 5이상에 도달 시해금 가능합니다.]
노래, 말재주, 주량, 춤, 분위기, 외 30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딘가 이질적인 특성의 이름들.
천천히 읽어보는데..
“뭐야? 왜 특성이 다 이따위야..? 아이돌이라도 하라는 거야?”
아직 미해금이라 적힌 특성들 까지 전부 읽어 본 난 그대로 창을 종료 한 뒤, 나머지 메시지도 전부 눌러보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
전생의 업 상점
상품 목록
ㅡㅡㅡㅡㅡㅡㅡ
외모의 비약
체력의 비약
정력의 비약
키 커지는 비약
외 72
ㅡㅡㅡㅡㅡㅡㅡ
… 이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외모의 비약을 하나 눌러봤다.
[외모의 비약] 1포인트 구매 하시겠습니까?
급히 취소 버튼을 눌렀다.
“아.. 그러니까 비약은 다 1포인트라고? 다른 것들은 아직 사지도 못하네?"
음.. 대충 이해했다.
"나랑 장난하냐! 개새끼들아!?"
띠릭–
[일일퀘스트 00시를 기준으로 리셋됩니다.]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매일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개새끼를 불렀더니 떠오르는 퀘스트창.
“개스… 아니, 그러니까.. 이 전생의 업이 생겼으니 특성을 추가하고 비약들로 스펙을 높여서, 호빠계의 최고가 되어라 이건가?”
‘내가 왜…?’
현재 상황은 전부 이해했다. 근데, 내가 이걸 굳이? 왜 해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 호빠 안 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데…?”
그래. 호빠라는 직업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뭔가 어감이 좀... 마음에 안든다.
‘호빠면 막 어두운데서 술 먹고 여자들이랑... 아닌가? 할 만 한가?‘
띠릭—
[전생의 업 시스템은 사용자가 최고의 호스트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입니다.]
[포기하시겠습니까?]
‘뭐야… 갑자기 포기가 왜 떠…’
“아냐아냐! 포기 안 해, 그냥 해본 생각이야! 아이러브 호빠!“
난 멍하니 열려 있는 시스템을 쳐다보다, 정상적으로 살았을 때, 될 수 있는 최고점과 그 반대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지금 이대로 살면 될 수 있는 건.. 직장인, 사업가? 사장님..? 이게 끝인가..?'
‘최고의 호스트면……. 돈도 많겠지? 여자도 많고..? 거기다 잘생겨지고.. 키도 커지고. 쥬지도..'
”오늘 부터 내 직업은 호스트바다.“
.
.
.
어느정도 상황을 파악한 뒤, 난 은은하게 올라오는 토냄새에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낡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 물을 틀고 온도를 확인 하는데.
“뭔데.. 또 왜 이러는데..”
1분을 넘게 틀어놔도 바뀌지 않는 물 온도.
진짜 적당히 해야지..
난 옆에 있는 버건디색 세면대로 가 양치 먼저 하기 시작했다.
‘여긴 대체 어디 여관이야..?'
거울에 비친 토 묻은 얼굴을 보던 난 전날 밤을 생각했다.
'내가.. 어제… 천수랑 술을 먹고……'
순간 얼굴이 꾸와악 찌그러졌다.
*** 과거사 별로시면 바로 3화로.
전날 밤, 수원의 한 헌팅포차.
말소리가 묻힐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매장이 전부 꽉 차 웨이팅까지 생겨버린 번화가의 핫 플레이스.
나는 오늘 천수와 술을 한 잔 마시려고 웨이팅 줄에 대기 중이다. 슬슬 다가오는 차례에 가슴이 두근거려서 미칠 것 같다.
이번이 내가 스무 살이 되고 네 번째 마시는 술자리다…!
왜 스무 살 반 이상 지난 동안 네 번이냐고?
나는 고아다.
부모님이 없어 고아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지원금 500만 원을 받아 출가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그마한 원룸을 고아원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구한 난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를 통해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
덕분에 술 마실 시간도 없었고, 혼자 원룸에서 술을 먹기엔 내 처지가 초라했다.
결국 세 번 모두.
한 번은 고아원에서 나가며 원장님과.
두 번은 고아원을 미리 졸업한 형과.
세 번은 지금 아르바이트하던 중 회식 자리에서였다.
하지만 괜찮다. 조금도 슬프지 않다.
이 정도 패널티는 고아라는 사실에 비하면 많이 아쉽다.
그렇게 오기와 독기로 똘똘 뭉쳐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 좋은 차, 좋은 집, 예쁜 마누라, 언젠간 잘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한 날이다.
처음 와보는 헌팅포차. 난 여기서 어떻게든 여자친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여자친구 생기면.. 흐흐...’
옆을 쳐다보자 천수는 이미 잔뜩 긴장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는게..
'쯧..'
헌팅? 까짓거 뭐라고.
오늘은 내가 천수를 위해 파이팅을 한 번 해줘야겠다.
“입장하세요~~!!!”
"옙"
"옙!"
쿵쿵쿵쿵쿵쿵쿵
가게 앞 팔찌를 나눠주는 덩치 형의 말에 천수와 함께 지하로 내려왔다.
‘후우후우.. 진짜 떨려 미치겠네...'
사실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나도 헌팅포찬 처음인데..'
…… 오케이. 남자는 기세랬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어두워지는 조명과 커지는 음악 소리.
거기에 스믈스믈 흘러나오는 하얀 연기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천수야!!! 우리 자리 어디야!!”
내려가며 물었더니 대답이 없는 천수.
"천…!"
뒤를 돌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내 뒤만 오리새끼 처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천수야!!!!”
“어! 응..!”
“우리 자리 어디냐니까!!”
내 말에 두리번 거리며 얼을 타는 천수.
흠.. 안 되겠다, 내가 나서야지.
난 당당하게 비어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숟가락, 젓가락도 다 놓여 있는 게 딱 우리보고 앉으라 해놓은거 아닌가.
그렇게 입구에서 얼타고 있는 천수의 팔을 잡고 테이블로 데려오자.
'응? 메뉴판이 없네?'
…사람이 많으니 한 번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손을 들어 알바생을 부르려던 난…
"여…!!.!"
"…?"
"여…기…!!"
'뭐냐 이 덩치는?'
순간 덩치형 한 명이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도무지 들리지가 않았다.
서로 인상만 쓰던 중 대뜸 귀를 가져오라길래 갖다 대봤더니,
“여기 자리 있다고!!!!!!”
움찔!
갑자기 큰 소리를.. 크흠...
쫄순없지.
난 놀란 티를 숨기며 덩치 형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귀를 갖다대는 덩치형.
“저희가!!! 먼저 왔어요!!!!”
"…!!!"
눈에는 눈. 귀에는 귀. 사필귀정.
시원한 사이다를 한 잔 마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있으니.
이내 얼굴을 핀 덩치형은 내 귀에 대고 다시 말해줬다.
“아니아니!! 여기 예약석!!!!”
'엄...'
예약석이었구나.
머쓱해져 고개를 살짝 숙인 난 덩치에게 물었다.
“저희 자리는 어디에여!!!”
그러자, 내 팔을 붙잡고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려는 덩치.
'… 아니겠지?'
난 재빨리 앉아 있던 천수의 팔을 붙잡고 기차놀이 하듯 덩치를 쭉 따라갔다.
퓌쉬이이익–
가는 길목마다 하얀 연기가 나와 냄새를 맡았더니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됐다.
느낌이 좋다.
이 가게에서 주인공은 나 같고 헌팅 따위 충분히 가능 할 것 같다.
“여기!!!! 앉으면 돼!!”
팔을 놓은 덩치형. 손짓하는 자리를 보는데.
…… 좀 구석이긴 하다.
테이블도 엄청 작아져 있고.. 왠지 2인용 같기도 한게..
‘일부러 엿먹이나..?’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만.. 이내 메뉴판을 들어 소주 한 병과 천수를 바라보니 맥주를 가리켜 맥주도 두 병 주문했다.
아, 물론 안주는 제일 싸고 양 많아 보이는 치킨 세트다.
'아주 현명해.'
난 주변을 둘러보며 스캔을 시작했다.
음. 오늘 이 포차는, 내가 접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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