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5화 평화주의자의 가장 피곤한 공범


제5화. 평화주의자의 가장 피곤한 공범 ‘...망했다.’ 그 ‘끼익-’ 소리는, 천무진의 뇌리에 박힌 평화의 종말을 알리는 소리였다. 소선의 흐느낌이 멎었다. 그녀의 고개가, 마치 녹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소리가 난 옷장 쪽으로 돌아왔다. 천무진은 숨을 멈췄다. 아니, 숨이 멎었다. ‘제발... 제발 그냥 환청이길...’ 그의 평화로운 바람은, 언제나처럼, 아주 처참하게 박살 났다. 소선의 눈이 정확히, 그가 숨어 있는 옷장 틈새와 마주쳤다. “...!” 소선의 두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분노도, 수치심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도 100%의 경악이었다. 자신의 방. 자신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이 순간. 자신이 방금 전까지 가슴을 잡혔던, 그 변태 색마가. 자신의 옷장 안에 숨어 있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녀의 정파적인 뇌가 받아들이는 데는 약 3초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3초 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입에서, 객잔 2층이 통째로 울릴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벌컥-! 천무진이 먼저 옷장 문을 박차고 튀어나왔다. “평화! 평화! 조용히!” 그는 짐승 같은 반사신경으로, 비명을 지르려는 소선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읍! 으읍!” 쿠당탕! 두 사람이 뒤엉켰다. 소선은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양기 폭주로 반쯤 미쳐버린 천무진의 완력을 당해낼 순 없었다.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천무진이 위, 소선이 아래. 최악의 자세였다. 천무진은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눌렀다. “제발! 조용히! 평화!” 그는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평화로운 외침은, 소선에게는 색마의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눈이었다. ‘아니, 진짜 오해라고...!’ 천무진은 울고 싶었다. 그는 그저 정파 놈들을 피해 평화롭게 숨어 있었을 뿐이다. 이 여자가 멋대로 들어와서, 멋대로 옷을 벗고, 멋대로 음기를 풍겨서... ‘그래! 이것도 이 여자 탓이야!’ 그의 남 탓 본능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문제는 상황이었다. 그의 평화롭지 못한 몸뚱이는, 이 상황을 최고의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그의 뜨거운 몸이 그녀의 몸과 밀착되었다. 그녀는 겉옷을 벗었던, 얇은 속적삼 차림 그대로였다. 얇은 천 너머로, 그녀의 체온과 살결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후각적 자극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촉각적 자극의 완전체였다. 거기다, 그녀의 입을 막은 손바닥으로는... 그녀의 뜨겁고 젖은 숨결이 느껴졌다. “...!” 쿠콰콰콰콰콰콰-! 양기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아랫배의 불덩이가 아니라, 그냥 몸 자체가 불덩이가 되었다. 천무진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고, 온몸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허억... 헉... 헉...” 그는 더 이상 평화를 외칠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소선을 짓누른 채, 끓어오르는 열기를 참아내며 짐승처럼 헐떡였다. 소선은 공포에 질렸다. 자신을 덮친 이 변태가, 정말로 색마처럼 눈이 뒤집혀 헐떡이고 있었다. 심지어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정말로, 당하는 건가!’ 그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니, 울지 마! 우는 건 피곤하다고!’ 천무진은 패닉에 빠졌다. 그의 평화주의 신조에 따르면, 우는 여자는 정파보다 더 피곤한 존재였다. “아, 아니... 울... 울지 마! 덥다! 더워!” 그가 뭐라고 변명하려던 바로 그 순간. 쾅! 쾅! 쾅! 바깥의 방문이, 누군가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에 격렬하게 흔들렸다. “소 사매! 괜찮으십니까!” “방금 그 비명은 무엇입니까!” ‘...망했다.’ 천무진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정파 놈들이었다. 시연장부터 그를 쫓던, 바로 그 청성파 제자들이었다. 이건 평화가 아니라 전쟁 선포였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양기 폭주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소선 역시 경악했다. ‘사형(師兄)들...!’ 그녀는 반사적으로 사형들을 부르려 했지만, 입은 천무진의 손에 막혀 있었다. 쾅! 쾅! 쾅! “소 사매! 안에 계신 겁니까! 대답해 보십시오!” “...이상합니다. 안에서 기척이...!” 천무진과 소선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뇌리에, 동시에 똑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갔다. ‘...만약, 지금, 이놈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면?’ 청성파 제자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 방금 변태라며 쫓던 색마(천무진). 그 색마에게 깔려 있는, 속적삼 차림의 소 사매(소선). 심지어 그 색마는 눈이 뒤집혀 헐떡이고 있고, 소 사매는 울고 있다. 이건... 오해의 영역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19금 현행범이었다. 천무진이 변태 색마라는 것은 만천하에 증명되는 것이고... 소선 그녀 역시... ‘정파의 여제자가, 대낮에 객잔 방에서, 쫓기던 색마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스캔들이었다. 그녀의 명예와 청성파의 명예가, 한순간에 시궁창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 소선의 얼굴이 붉은색에서,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깨달았다. ‘...나도, 망한다.’ 천무진 역시, 그 짧은 순간, 이 복잡하고 피곤한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거봐. 정파 놈들이라니까.’ 정파 놈들은, 자기들끼리 엮여서, 자기들끼리 피곤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구제 불능의 집단이었다. 천무진은 그녀의 귓가에, 끓어오르는 숨결로 속삭였다. “...조용히... 해. 너... 너도 망해.” “읍...!” “나... 나 잡히면... 너도 피곤해진다고...!” 그의 평화주의 논리가, 이 최악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설득력을 얻었다. 피곤해진다. 그랬다. 이건 끔찍하게 피곤한 일이었다. 쾅! 쾅! “안 되겠네! 문을 부수세!” “사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선은 결단해야 했다. 명예냐, 실체냐. 그녀는 천무진을 노려보며, 눈물 젖은 눈으로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공범이 되는 것을 승낙한 것이다. “...좋아. 평화.” 천무진은 그녀의 입을 막았던 손을 뗐다. 그리고, 양기 폭주로 터질 듯한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그는 재빨리 방 안을 훑어보고, 창문을 가리켰다. 소선은 그의 의도를 즉각 알아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문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잠깐! 잠깐만요!” “...소 사매?” “괜찮으십니까!” “아,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습니다!” 소선은 필사적으로 평화로운 목소리를 흉내 냈다. “그, 그냥... 벌레가 나와서... 놀랐을 뿐입니다! 지금... 지금 옷을 갈아입는 중이니... 들어오지 마십시오!” “...벌레 말입니까?” “하지만 아까 그 비명은...” 정파 놈들은 의심이 많았다. 피곤하게도. “여, 여자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실 셈입니까! 제가... 제가 다 처리했습니다! 어서... 어서 그 변태 놈이나 찾으러 가십시오!” 소선의 절박한 외침에, 문밖이 잠시 조용해졌다. “...알겠습니다. 속히 채비를 마치고 나오십시오. 저도 그놈을 찾으러...”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졌다. ‘...갔나?’ 천무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 “...넌.” 소선이, 지옥의 악귀 같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녀는 속적삼 차림 그대로, 탁자에 놓인 검을 집어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양기 폭주 상태인 천무진보다 더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제 어떡할 거지?” 그녀는 검 끝을 천무진에게 겨누었다. “...평화적으로... 가야지.” 천무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가 아까 가리켰던 창문을 다시 가리켰다. “...가.” 소선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서,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고맙... 수다...” 천무진은 비틀거리며 창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소선이 그를 불러 세웠다. “만약... 오늘 일을 발설한다면, 그땐... 네놈이 말한 그 피곤한 짓, 나도 할 줄 아니까. 알겠어?” 그녀가 검으로 자신의 목을 겨누는 시늉을 했다. 자결이라도 해서 복잡한 스캔들을 만들겠다는, 평화롭지 못한 협박이었다. “...평화. 절대 평화.” 천무진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창문을 열었다. 그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마지막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그래도, 미안은 하네.’ 물론, 정파 탓이 9할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양기 폭주로 불타는 몸뚱이가, 차가운 밤공기를 갈랐다. “후우...!” 그는 객잔 뒤편의 좁은 골목으로 떨어졌다. 볏짚 더미 위로 떨어져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젠장... 젠장...!” 그는 벽에 등을 기댔다. 피곤한 상황은 넘겼지만, 양기 폭주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선의 거처를 거치며, 음기와의 밀착으로 인해 폭주 상태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죽겠다. 이러다 진짜 죽겠어.” 그의 이성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청심공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계곡물 같은 건 소용도 없을 것 같았다. 스승의 유언... 합체... 그 피곤한 짓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절망에 빠져 헐떡이던 바로 그때. 골목 어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 천무진이 고개를 들었다. 골목 입구를 막아선 것은, 정파 제자들이 아니었다. 그는... 청성파의 장로였다. 모든 피곤함의 시작, 그를 색마로 몰았던 바로 그 위선자였다. “...네놈이... 어찌 여기에...” “허허... 마도(魔道)의 싹이, 감히 내 제자의 방에서 나오다니.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느니라.” 장로의 눈이, 음흉한 미소와 함께 번뜩였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