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늪
1. 고장 난 브레이크
"좋아요... 팀장님... 하아, 좋아요..."
보윤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한마디는,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박 차장의 이성이라는 얇은 브레이크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그의 눈동자가 풀리며 거칠게 확장되었다.
먹잇감을 완전히 굴복시켰다는 정복감이 그의 핏줄을 타고 도파민으로 치솟았다.
"하, 씨발... 그럴 줄 알았어. 성 주임, 너도 원했지? 아까 내 손 뿌리치고 도도한 척할 때부터 알아봤어. 원래 너처럼 가슴 큰 년들이 속으로는 더 밝히고 젖어있거든."
박 차장은 더 이상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
그는 운전석 전동 시트를 뒤로 끝까지 밀어내더니, 보윤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보윤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고통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리 와. 오빠가 너 회사 다니느라 쌓인 스트레스, 오늘 아주 제대로 예뻐해 주면서 풀어줄게."
그는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거칠게 보윤의 얼굴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좁은 차 안에서 보윤은 무릎을 꿇고 그의 역겨운 성기를 입에 담아야 했다.
비릿한 냄새와 소독되지 않은 남자의 체취가 목구멍을 찔러 구역질이 났지만, 박 차장은 보윤의 머리통을 짓누르며 짐승처럼 헐떡였다.
"옳지, 잘하네. 혀 좀 더 써봐. 너 회사에서도 나 보면서 이런 생각 했지?"
보윤은 감은 눈틈으로 흘러나오는 생리적인 눈물을 삼켰다.
입가로 흘러내린 타액이 턱을 타고 블라우스 깃을 적셨지만, 박 차장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욕망을 배설하듯 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유린했다.
한참을 짐승처럼 몰아붙이던 그는 돌연 보윤의 머리채를 잡아 낚아채듯 다시 시트 위로 끌어올렸다.
"하아, 입으론 도저히 안 되겠다. 이 미친 젖통을 보고 어떻게 참아."
그는 보윤을 조수석 시트에 거칠게 던져놓고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양손으로 블라우스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단추를 하나하나 풀 인내심 따위는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지탱해주던 단추가 사라지자, 브래지어 위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보윤의 거대한 가슴이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얗게 드러났다.
"크으... 진짜 씨발 젖통이 와... 사람 머리만 하네. 보윤아, 이거 하나만 있어도 너 평생 굶어 죽지는 않겠다. 남자들이 이거 보고 얼마나 침을 흘리겠어, 응?"
그는 보윤의 가슴골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비벼댔다.
며칠 깎지 않아 까칠한 수염이 여린 살결을 사정없이 긁어 쓰라린 고통이 밀려왔지만, 보윤은 신음을 참지 않았다.
아니, 참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녀의 생존 본능이 알고 있었다.
"아앙... 아! 으읏... 팀장님... 살살..."
보윤이 가짜 섞인 교성을 낼수록 박 차장은 짐승처럼 헐떡이며 보윤의 몸을 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기서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어낸다면, 보윤은 그를 유혹해 놓고 농락한 꽃뱀이 되어 내일 당장 회사에서 더 처참하게 매장당할 것이다.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끝까지 가야 한다.
끝까지 그의 욕망을 만족시켜야만, 내일의 책상이 무사할 수 있었다.
2. 흔들리는 철창
"보윤아, 벗어. 빨리. 오빠 급해."
박 차장은 거칠게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며 명령했다.
보윤은 좁은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의 좁은 틈에서 엉덩이를 들고 힘겹게 스커트와 속옷을 벗어 던졌다.
가죽 시트의 차가운 감촉이 맨살에 닿아 소름이 돋았지만, 박 차장은 그 수치스러운 광경마저 즐기며 보윤의 하얀 허벅지를 집요하게 쓰다듬었다.
"다리 벌리고 올라타. 오빠 거 받아야지."
그는 보윤을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마주 보게 앉혔다.
차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의 육체가 엉켰다.
보윤의 거대한 가슴이 그의 코앞에서 적나라하게 출렁였고, 그녀의 젖은 음부가 그의 뜨겁게 달아오른 성기와 맞닿았다.
"넣는다."
푹.
별다른 전희도 없이 박 차장의 성기가 보윤의 안으로 거칠게 침입했다.
축축하고 미지근한 침입.
기해주가 주었던 사랑도, 배려도, 온기도 없었다.
오직 정복욕과 배설욕으로 가득 찬, 고깃덩어리를 유린하는 삽입이었다.
"으윽...!"
"하아, 보윤아. 좋아? 내꺼가 좀 크지? 좀 참아. 네 구멍이 너무 좁아서 그래. 와, 쪼임 진짜 미쳤네. 너 회사에서 이런 거 숨기고 어떻게 조신한 척 일했냐?"
박 차장은 보윤의 엉덩이를 으스러져라 움켜쥐고 위아래로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짓이 빨라질수록 차가 덜컹거렸다.
서스펜션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막한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보윤의 무거운 가슴이 상하로 요동치며 박 차장의 얼굴과 어깨를 때렸다.
"야, 젖 출렁거리는 것 좀 봐. 진짜 떡 칠 맛 나네. 보윤아, 너 내가 김 대리한테 안 혼나게 해줄 테니까, 내 앞에서만 이렇게 개처럼 흔들면 돼. 알았어?"
그는 보윤의 유두를 입으로 거칠게 물고 짐승처럼 빨아댔다.
츕, 츄릅, 츕, 츕
좁은 차 안을 메우는 소름 끼치는 흡입음 속에서 보윤은 초점 없는 눈으로 차창 밖을 보았다.
인적이 끊긴 차가운 골목길. 가로등 불빛만이 전구 수명이 다해가는지 불길하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맞아. 나는 더러운 년이다. 상사에게 가랑이를 벌려 안위를 구걸하는 창녀다.'
보윤은 눈을 감고 해주의 다정한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이미 일그러진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박 차장의 비릿한 땀 냄새와 역겨운 신음이 그녀의 온 감각을 마비시켰다.
3. 결재 완료
"으으, 싼다! 보윤아, 오빠 간다! 으윽!"
한참을 짐승처럼 허리를 놀려대던 박 차장이 보윤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보윤의 몸 가장 깊숙한 곳으로 뜨겁고 걸쭉한 액체가 울컥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피임? 콘돔? 그에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듯 보윤의 질 안쪽 가장 깊은 곳에 정액을 마음껏 배설했다.
"하아... 하아... 씨발, 진짜 죽인다..."
박 차장은 보윤의 땀 젖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한참 동안 거친 숨을 골랐다.
보윤은 그의 정액을 가득 받아낸 채, 멍하니 어두운 차 천장을 응시했다.
그녀의 하얀 가슴 위에는 그의 타액이 번들거리고 있었고, 허벅지 사이로는 그의 정액이 비릿하게 흘러내려 보윤의 허벅지와 가죽 시트를 적셨다.
잠시 후, 박 차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윤의 볼을 가볍게 툭툭 쳤다.
"잘했어, 보윤아. 아주 훌륭해. 생각보다 더 잘하네."
그는 주섬주섬 바지를 올리고 옷을 챙겨 입으며 승리자의 여유를 부렸다.
"내일 출근하면 그 5년 치 데이터 조사하는 거, 그거 하지 마. 내가 김 대리한테 말해서 딴 애 시키라고 할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서 서류 정리나 좀 도와주고,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보상.
몸을 팔아 얻어낸 전리품.
그 한마디에 보윤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 줌의 죄책감마저 맥없이 사라졌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내일 야근 안 해도 돼. 아무한테도 안 혼나도 돼. 가슴 가리고 눈치 보면서 살지 않아도 돼. 그냥 이거 한 번이면 되는 거였어.'
보윤은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단추가 뜯겨나간 블라우스는 가방에 있던 옷핀으로 대충 여몄다.
화대를 받은 창녀가 된 기분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편안했다.
복잡하게 머리 쓰고, 일로 인정받으려 애쓰고, 감정 소모를 하는 것보다...
그냥 다리 한 번 벌려 권력자에게 기생하는 것이 백배는 더 쉬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4. 공범자들의 아침
다음 날 아침, 사무실. 보윤은 평소보다 훨씬 짙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출근했다.
밤새 울어 부은 눈과 퀭한 안색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옷장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지은이가 골라주었던 타이트한 원피스를 다시 꺼내 입었다.
더 이상 가릴 필요가 없었다. 이 구역의 포식자가 그녀의 뒤에 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보윤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 대리가 기다렸다는 듯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어제의 연장선으로 또다시 트집을 잡으려는 기세였다.
그때, 팀장실 문이 열리고 박 차장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아, 김 대리. 잠깐 나 좀 봐."
박 차장은 김 대리를 팀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10분 후, 방에서 나온 김 대리의 표정은 썩은 귤을 씹은 듯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보윤의 책상으로 오더니 퉁명스럽게 서류 뭉치들을 가져갔다.
"성 주임, 이거 데이터 조사... 내가 할 테니까 놔둬요. 팀장님이 성 주임은 다른 급한 기획건 처리하라고 지시하셨으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대리님."
김 대리는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보윤은 팀장실 유리창 너머로 박 차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보윤과 눈이 마주치자, 남들이 보지 못하게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띠며 은밀하게 윙크를 보냈다.
'봤지? 오빠가 해결했어. 너는 나한테만 잘하면 돼.'
보윤은 마주 보고 살짝 미소 지었다. 비굴하고, 더러운, 공범자들의 은밀한 미소였다.
그녀의 온몸은 어제의 흔적으로 욱신거렸고, 속옷 아래는 여전히 찝찝한 감각이 남아있었지만, 그녀는 아주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제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한다.
보윤은 이 작은 정글의 우두머리 수컷을 자신의 육체로 길들였다는 착각에 빠졌다.
보윤은 모니터 구석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1년 전, 지은이가 만들어주었던 그 당당한 '알파걸'은 없었다.
해주가 진심으로 사랑해주던 '순수한 연인'도 없었다.
거울 속에는 오직, 권력에 기생하여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영혼을 파먹는 '살아있는 구멍' 하나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타락의 안락함에서 결코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