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113화 김남주 딱 대라. 네놈이 채우고 간 정조 팬티? 이겨냈다고.
검은 머리 놈과의 첫인상은 정말 최악이었고, 떠나는 그 뒷모습까지도 최저의 모습이었다.
‘아잇…뭐야?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발끝에 맞아 쩌릿쩌릿 아픈 배 밑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드니 눈 안 가득 놈의 재수 없는 검은색 머리카락, 검은 동공이 보인다.
왜 그런 건지! 어디서 난지 모르겠지만 오른쪽에 자리 잡은 일자 무늬까지.
그것들 모두가 미웠다.
꼭 천계로 가야 하는 걸까. 내가 어딘가에서 말실수라도 한 걸까. 그럼 이해해 주면 안 되는 걸까? 난 마왕이잖아. 명색이 마왕이잖아! 나를 존경하고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섹스하고 싶어요ㅡ! 돌아와 주세요! 아니면 이 팬티만이라도! 풀어주세요. 미치겠어요. 정신 나갈 것 같아요ㅡ! 일주일 동안이나 참으라고요ㅡ!!!”
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뻥, 뻥, 뻥ㅡ!
돌아오는 건 대답이 아닌 세 번의 거침없는 발길질. 그 결과는 공처럼 떼구르르르 굴러온 세 사도가 바닥에서 신음하며 꿈틀댔다.
“아야, 아ㅡ!”
“어, 어, 아읏…!”
“구르는 휴식도 나름…하아”
집무실로 사도들을 골인시킨 검은 머리 놈은 바닥에서 신음하는 사도들을 무심한 눈으로 보다가 가벼운 손짓을 일으켰고 그 순간 우리들의 몸에서 진한 보라색의 수증기가 몸에서 빠져나오더니 허공으로 사라졌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본체에 입혀진 팬티가 계속해서 아랫도리를 자극했다. 간질간질하면서 뜨거운 미열이 짧은 간격으로 톡톡 터져 나왔다.
‘하윽.’
내 심란한 기분엔 관심 없다는 듯, 검은 머리 놈은 자신의 동료와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그 옆엔 오래전 어디선가 본 듯한 콧수염이 굽신거리며 따라갔는데 기분 나빴다.
일주일 뒤에 온다고 했지. 바헬무토 공작이라. 바헬무토 공작.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세 사도가 눈에 밟혔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테냐. 일어서라.”
아그니에스, 세리카, 모르카스가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맛 간 눈으로 헛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여체화된 모습이나, 본래의 모습이나 큰 유방이 있냐 없냐의 차이밖에 나지 않은 세리카가 나를 힐끔 쳐다봤는데 눈이 마주쳤다.
“마왕님도 그것에 당했던 겁니까? 그 은발의…”
그 순간 아그니에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세리카의 말을 호통으로 끊었는데 고마웠다. 이럴 때 저 다혈질적인 성격이 도움이 되는구나.
“세리카! 닥쳐라! 눈치 없긴! 그 입을 태워줄까?”
“….”
골이 또다시 아파왔다. 이놈들을 어찌하지? 어떻게 이놈들이 사도지? 나를 보필한다고?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사도들.”
목소리에 힘을 담아 이 정신 없는 공간에 붓자, 그 중압감에 산만한 것들은 깔아뭉개지고 고요가 찾아와 마음이 안정됐다. 사도들은 금세 분위기를 맞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저 고개들은 하명이 있기 전까진 절대로 들어선 안될 것들.
“아그니에스. 말해라. 어떻게 당했지?”
그의 붉은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이 살며시 열린다.
“…진입 직후였습니다.”
이 후 세리카와 모르카스의 입에서도 일치하는 진술이 풀려나왔다. 그놈은 당당하게 나의 아버지가 펼쳐놓은 구역에서 힘을 쓸 수 있던 것.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는 ‘마력’이 아닌 힘을 쓰는 자. 가끔 군주들의 영지로 숨어든 플레이어들이 그랬다. 특히나 마력과 신성력 그 무엇도 속하지 않은 규격 외의 힘을 받은 자는 귀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덩달아 아이템을 훔쳐나간 것은 덤.
‘치졸한 도둑놈들… 차라리 걸고 대결해서 가져가든지.’
언제부터 생긴 건지. 한시라도 이것들을 떼놓아야 한다. 원천 차단해야 한다. 하급 귀족들에게도 하위 마물을 만들 때 설렁설렁 만들지 말라고 명해놓은 상황이지만.
‘자신의 힘이 떨어져 나가는데 어느 누가 환영하며 들을까.’
마족들의 시체나, 영지 외에 널려있는 저급한 야생 마물들을 끼워 넣어 투입해 버릴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보고가 이어졌지만.
“복귀해. 자세하게 보고서도 올리고.”
모르카스가 문을 닫고 나가자,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었다.
쩌릿쩌릿ㅡ!
권능을 이용한 변장 아래, 본체.
아랫도리를 계속해서 자극해 오는 이 망할 팬티를 찢어버리고 싶건만, 손가락이 들어가지도 않았을뿐더러! 위를 비벼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애만 더 태워질 뿐.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의자에 앉아 최대한 쾌락을 느끼지 않기 위해 신경을 꺼보기도 해봤다.
이론 상이라면 이것은 최강의 방어지만. 아주 악랄한 방어였다.
“씨발… 이게…윽…”
자위라도 마음껏 하고 싶었다. 하다못해 조금의 자극이라도 전해지면 좋을 테지만.
인식 왜곡 속에 꼭꼭 감춰진 본신의 다리사이가 계속해서 젖어왔다.
'아 씨발씨발! 참자, 신경끄자, 젠장 이런 불결한 감정따위 내 몸을 지배 할 수 없다. 일주일뒤에 올때 당장 풀으라고 소리치자.'
* * *
사도들이 올려보낸 보고서의 내용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 담겨있었다.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 그 안에서 며칠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느껴졌지만, 알 수 없는 힘이 거둬졌을 땐 실제로 3분도 흐르지 않았다는 것.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고 눈이 부릅떠졌다.
꿀꺽-
높은 격을 지닌 존재임은 의심할 것도 없었고, 말도 안 되는 권능이었다. 안에서 가속으로 움직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다. 시간 왜곡은 그렇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계통의 스킬이라도 쓰는 것일까.
순간적으로 목덜미와 척추를 타고 흐르는 소름이 일었다.
분명하다. 천계와 마계를 아울러 이 차원을 위협하는 자가 나타났다. 차원 공적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
“시간을… 제길… 어떻게. 아버지, 언제 오십니까.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도대체 천계에서 무얼 하시는 겁니까? 지금 간절히 필요합니다.”
마대륙을 안정시킨 위대한 업적을 지닌 아버지는 천계로 떠난 지 오래였고, 편지나 연락따윌 할 자가 아니었기에 더더욱 답답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초조함만 일으킬 뿐이었고 생각나는 모든 수를 동원해 봐도 실패라는 벽에 부딪힐 것을 생각하니 절로 눈가에 힘이 들어가며 머리가 쩌릿했다.
때아닌 어린 장을 부려봐도 돌아올 대답은 없었지만 마음이 놓이지는 기분이었다. 뱉어놓은 말이 언젠간 대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 순간. 내선전화의 버튼이 붉은빛을 내며 신호음을 알려왔다.
“왜?”
-그림자의 사도 네로벨님의 핫라인입니다.
“연결해 봐.”
-크…흠. 마왕님 네로벨입니다. 별일 없으신지요?
“어디 다쳤나. 목소리가 좋지 않군.”
-그녀의 저항이 제법 거셌기에… 잠시, 가까스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휴전을 맺고 연락드립니다. 제 전략이 빗나갈 때도 있군요 후후…훗.
“아스모데우스, 아니 이젠 아스테라라고 불러야겠지…쉽게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더만. 그렇게 힘이 드나?”
-송구합니다…아스테라, 그녀가 어떻게 이곳을 찾을 수 있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군주의 힘을 넘어섰습니다. 여제의 품격에 맞습니다. 마치 몸에 성의 마정석을 박은 것 처럼…
“그럴 린 없지. 그랬다면 벌써 첩자로부터 영지 내 마력 변화에 보고했겠지. 집중해라, 절대로 아스테라를 천계에 보내선 안 된다. 뚫리지 마. 병력이 필요하면 충원해라.”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아닙니다. 후후훗.
“그래서 왜?”
-마물왕이 다가오고 있다는 급보입니다. 그것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는 이유겠죠. 그녀에게도 뛰어난 정보통이 있는 거로 보입니다. 이 소란에 지금 이렇게 느릿하게 다가오는 것도 기적이라고 불릴 일입니다.
“…마물 왕이?”
-후일을 도모해 병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녀를 문 너머로 보내더라도 건너가는 데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를 일이지 않습니까. 그 확률에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최선이자 최악의 판단일지라도.
“마물왕…. 골치 아프군. 전 병력 그녀를 감시할 인원을 제외하고 최대로 철수해라. 제길, 아스테라에겐 통로를 지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지나가는 방법 말씀입니까….알겠습니다. 마왕님의 명을 받듭니다.
“바로 복귀해라.”
하필이면 천계로 통한다고 밝혀진 유일한 입구는 마물왕의 영지 내에 있었고.
영지 밖에서 그렇게나 소란 피웠으니 마물왕이 움직일 수밖에. 그 자리에서 아스테라 그녀를 처리한다면 좋을 테지만 그 수마저 물 건너갔다. 이젠 어찌해야 하나. 그대로 천계로 보내버리면 자연스레 공석을 차지하면 될 터. 허나, 아주 만약에. 통로를 통과해서 천계에 입성한다 해도.
“신성력에 몸이 타버릴 테지. 갑자기 천계에 가려는 자가 왜 이렇게 나타나는 거야?”
-네?
“아니다, 혼잣말이다. 그나저나.”
-말씀하십쇼.
“만약 네가 협상해야 할 대상이 일주일의 시간을 유예한다고 언급했다면 어떻게 할 것이지?”
-허수를 찔러야 합니다. 우선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졌고, 당사자는 그때 맞춰 준비 과정에 들어가고 있겠죠.
“그래서?”
-기다려야할 필요가 있습니까? 일주일이 되기 전에 신속히 먼저 준비를 마치고 급습하는 겁니다.
본체의 목울대가 크게 꿀렁이며 군침이 삼켜진다. 그 재수 없는 놈의…자지가 머릿속에 크게 떠올려졌다.
“본대로 복귀해라.”
-네.
* * *
인식 왜곡을 풀자, 날카로운 눈매의 미남 변장이 흩어졌고 어깨너머로 흐르는 은발이 부드러운 천이 흘러내리듯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숨겨두었던 원피스도 꺼내 입었다.
서랍을 뒤적거려 ‘헬레나(2급)’ 이 적힌 명찰을 품에 넣은 채, 비밀 포탈을 열어 로비로 향했다.
방금 할 일을 마친 듯한 숨을 돌리고 있는 접수원에게 말했다. 놈은 바헬무토 공작에게 향한다 했다. 분명 그때의 콧수염은 바헬무토 공작일 가능성이 높았다.
“바헬무토 공작 저택으로.”
“이 쪽에 명찰을 찍어주십시오.”
삣-
“신분 확인되셨습니다. 넘어가시면 됩니다.”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고있는 포탈로 한 발 내딛었다.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놈에 관해 최대한 조사했고, 보고서들을 낱낱이 읽고 기억했다.
후우-
숨을 억누르며 몸을 단단히 다잡았다.
아랫도리를 계속해서 쿡쿡 찔러대는 날카로운 자극쯤이야 이젠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숨을 쉴 때마다 몸을 덥쳐오던 음란한 그 쾌감이, 이제는 혈관 속을 흐르는 맥박처럼 익숙해졌다.
가끔은 엉덩이 구멍이 미친 듯이 전신을 삼킬듯 퍼져나가는 뜨거운 열이 느껴졌지만! 피부 아래에서 몸 구석구석까지 집요하게 신경을 톡톡 건드리는 그 쾌감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그것도 참아냈다. 놈이 무슨 짓을 하든 난 이겨낸 것이다. 끈질기게 저항하고 결국 승자는 나로 결정된 것이다!
‘그래, 최후의 승자는 나야. 기다려라. 김남주. 천계 따윈 잊어버리고 부하가 되게 해달라고 빌게 해주마. 아스테라? 그녀는 내가 조용히 처리해 줄게. 그…’
굵은 핏줄을 불끈거리던 우람한 자지를 떠올리자 침이 절로 넘어갔다.
‘것도…평생 나만을 위해 쓰게…해주지.’
* * *
바헬무토 공작의 저택에 진입해 놈이 들어왔다는 시종의 말도 전해들었다. 방금 들어왔으며 그의 동료는 자리를 비운상태. 절호의 기회다.
방문을 열었음에도 놈은 침대 위에서 골아 떨어져있었다.
절호의 기회.
모든게! 나의 성공을 바라듯 딱딱 맞춰지고 있었다!
잘 차려진 먹잇감!
식사를 할 차례였다!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