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116화 '무제한 보빔야스 퀘스트로 강해집니다'의 시작?
[백목련 길드장(김남주)플레이어가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백목련 길드에 속한 일부 길드원이 공헌치에 따른 차등 포인트를 받습니다.]
[S point(+8)을 지급받았습니다.]
정시은은 눈앞에 갑자기 등장한 안내창에 또다시 전율을 느끼며 높이 들었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성난 목소리가 그 사이로 들어왔다.
“Ekelhaft, ekelhaft!(역겹고, 역겨운 년!)”
그것은 정시은의 모국어 한국어가 아니었다. 조사를 바탕으로 촘촘히 적힌 서류상 그의 국적은 독일이었다.
“다이트 슈미크(Dite smik).”
악 진영 플레이어이며 검은 칼날(Schwarze Klinge)길드의 부 길드마스터 다이크 슈미크. 그는 심한 인종 차별주의자로서 포탈 외에서 더욱 악명을 끼쳤던 인물이었다.
게임과 상관없는 일반인까지도 악랄한 규칙에 끌어들인 인물이었고 그것은 실제로 성과를 보기도 했다.
다만 좋지 않은 쪽으로 크게 성과를 보였기에 백목련 길드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말았다.
백목련 길드가 검은 칼날의 길드하우스를 급습하였을 때 약물에 사지가 녹았거나, 머리가 돌아버린 일반인들을 발견했다.
정시은은 생각으로 창을 치우며 남성을 쳐다봤다. 으깨진 사지를 잘도 버둥거리며 눈에서만큼은 아직도 분노를 놓지 않은 채 이글거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누적된 상처로 인해 목구멍 너머로 핏물이 왈칵 올라오는 듯, 꾸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악에 받친 말을 내뱉었다.
이제는 반조차도 남지 않아 뼈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사지가 미세한 떨림과 함께 계속해서 울컥울컥 피를 쏟아냈다.
“Dies ist nicht der Ort, an dem ich sterben sollte, das weiß ich. Du Schlampe.(여기는 내가 죽을 장소가 아니다, 나는 그것을 안다. 개같은 년).”
갑자기 행동을 멈춘 정시은의 분위기를 살피려 눈을 열심히도 굴렸다. 이내 빠른 판단을 마친 얼굴로 다이크 슈미트라고 불린 남성은 속으로 내적 쾌재를 불러일으켰고 ‘역시 난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라고 생각으로 마친 듯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딱 1분간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슬 퍼런 칼날이 갑자기 등장했고, 다음 행동은 명료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남성의 두 눈이 공포에 빠져들었다.
고결한 심판을 앞둔 악(惡)진영 플레이어는 단 1분간, 어깨 위에 머리가 있다는 당연한 상식의 형태를 더 보존할 수 있었다.
정시은이 칼을 잡은 손을 위로 들었다. 그 모습이 그에겐 천천히 올라가는 것처럼 주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Pfui, pfui, verdammte Schlampe!(으흑,크으윽, 씨, 씨발년이!)”
그는 최후의 방법으로 악을 담아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한 아이템을 급하게 꺼내어 입안에 물었다.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기도 전에-
쓰걱-
소리가 후에 따라오는 신속한 속공의 칼날이 먼저였다. 땀과 섞여 굳은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목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으로 굴렀다. 정시은은 그것을 보며 다시 인벤토리로 아이템을 집어넣었다.
몸을 잃은 두 눈의 힘은 차차 풀리며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목밖에 남지 않은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정시은님!”
어눌한, 하지만 힘을 주어 꽤 발음에 신경을 쓴 한국말이 들려왔다.
샌이 샛노란 단발을 휘날리며 다가왔다. 정시은은 바닥을 구르고 있는 목도, 정작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치워버린 창을 다시 꺼내며 그것을 보고 있었다.
샌은 정시은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챘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기다려 주었다.
[정시은 : 김남주님 어디십니까?]
[김남주(길드장)에게 메시지 전송에 실패하였습니다.]
[정시은 : 제발 아무 말이나 좋으니까]
[김남주(길드장)에게 메시지 전송에 실패하였습니다.]
[정시은 : 언젠가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남주(길드장)에게 메시지 전송에 실패하였습니다.]
정시은은 아쉬움만 가득 묻은 창들을 치우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샌.”
“네. 정시은 부 길드 마스터님.”
정시은의 부름에 샌이 또박또박하게 한국말로 대답했다.
“남주… 어디로 갔을까? 왜 이렇게 보고 싶은지 모르겠어.”
샌은 정시은의 물음에 입을 열어 답하지 못했다. 침묵으로 일관 했고 머릿속으로 그저 미치도록 뜨거웠던 그날을 다시 떠올릴 뿐이었다.
백목련 길드원들이 현장을 통제한 것은 잠시 후 였다. 정시은은 그것을 바라보다 샌과 함께 그 자리를 같이 떠났다.
철저히 메뉴얼에 맞춰진 분주함이 백목련 길드원들의 손에 고요하게 진행됐다. 김남주가 남겨놓은 물병(이미 탑시크릿 아이템으로 지정해 성배라고 부르고 있지만)은 백목련의 길드를 크게 확장하고 더 많은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필드에 부족함 없이 포션을 공급가능케 했으며, 요령이 생긴 직후부터는 경매장에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어느 한 길거리에선 흥분을 억누르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즘 플레이어 범죄. 크게 줄었습니다, 민창기 사태가 그 시작되었는데요. 이젠 일선에 선 길드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미영 기자입니다.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죠. 민창기는 당시 약물로 일반인들을…
이후 해당 그룹에선 피해자 구제에…지원을 확대했지만, 그 충격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아주 큰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죠?
-네 맞습니다, 다른 요인도 있을까요?
-저희에게 기쁠 만한 소식이죠. 악 진영 플레이어들의 위세가 크게 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들과 거래하던 모종의 대상들이 증발했다고 합니다.
-증발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첩보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거래하던 악마들 대부분이 사라졌다.’ 라고… 더 정확하게는 답변이 오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이라고 하셨는데요.
-네, 성적 욕구와 관련된 거래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 * *
정시은은 길드 하우스로 돌아와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그녀는 누구나 칭송하는 것이 당연한 대규모 인신매매 조직 길드 궤멸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도 샤워를 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 묻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날을 떠올리며 기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온전히 길드를 바친 그날.
이내 얼마 안가 흉흉한 포탈이 열렸고 악마가 들이닥쳤다.
정시은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남주의 기세를 파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최악의 결론은 아직 자신의 무력보다 아래일지도 모른다는 상황이었다.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그녀의 마음을 채찍질했다.
페이트콜이 지정해 준 남주를 지키기 위해 정말 비상의 상황에 쓰려던 나무껍질을 집어삼켰고, 짧은 시간 자신의 온전한 실력으로 부딪혔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정시은은 자신의 두 눈에 영화가 끝나듯, 어둠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임지유가 급하게 동맹 길드에게 이 사실을 알린 것은 알지만, 과연 그들이 다 모인다고 해서 저 악마에게 상처라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임지유만이라도 살았다면 백목련 길드의 전신으로 남아, 길드를 재건할 수 있을 거란 기약 없는 생각 떠올리며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김남주는 아주 가볍게 악마녀를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악마를 내쫓아버리듯 포탈 밖으로 가버린 김남주를 추적하는 과정의 나날이 이어졌다.
정보가 너무나도 적었다.
* * *
그리고 우연히 들려오는 소문을 추적했다. 한 플레이어가 강화된 베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겨우 배게 따위에 강화석을 썼다고…?’
의심은 점점 확증으로 바뀌었다. 수도에서 다급히 기도사제를 모집하는 요청에도 정중히 거절하며 추적을 이어 나갔다.
프렝코라는 자가 구역장으로 지내는 구역에 도착한 정시은은 프렝코로부터 샌과 마크, 제이버라는 자들을 소개받았다.
“이 평신도분들입니다. 기도사제님께서…”
프렝코의 친절한 말에 정시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쳐다봤다. 평범한 평신도들.
샌은 긴장하며 자신을 찾는다는 기도사제를 쳐다보았다. 먼 거리를 관통해 왔는지 지친 역력히 얼굴에 비추어졌다. 그로 인해 더 서늘 어진 눈썰미에 침을 꿀꺽 삼켰다.
몇 개의 간단하지만, 거짓이 없어야 할 질문들이 이어졌고 샌은 그것에 성실히 답했다. 물론
샌은 김남주와의 거사를 지냈던 것은 말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자신이 인솔하여 데려왔다고 만을 고백하였다.
샌이 안내한 김남주의 방에선 특이한 점이 없는 듯하였다. 그러나 정시은의 눈에 들어온 베개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소문의 그것이 맞는걸까? 제발!’
[배게(+1)]
푹신함 +1
“정말이었어!”
정시은은 현재도 길드하우스에서 열심히 포션을 양산중일 성배를 떠올리며 감격했다.
‘드디어…실마리라도…’
필드를 가로지르며 최대한의 단거리로 온 지라, 전투의 여운이 몸에 그어져 있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손으로 강화된 베개를 손으로 눌렀다. 일반 베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허나 ‘+1’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남주가 떠나기 전 뿌리고 간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서 요동치는 듯했다. 마치 선배에게 인사하라는 듯.
[성역의 투구(B) +50]
[성역의 갑옷(B) +50]
[예리한 성검(A) +40]
세 개는 세트 아이템이었다. 장착 시 모든 페널티를 3초간 무시하는 효과를 지녔다. 하지만 정시은은 3초가 되기 직전 해제하였다가 다시 장착하는 방법으로 포탈 밖에서도 무제한으로 착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최근 포탈 밖의 세계에 억척스럽게 다른 것들을 휘어잡은 악 진영 플레이어들의 세력이 확 줄어든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시은은 샌은 남기고 마이크와 제이버를 돌려 보냈다. 기도사제의 말에 그 두 남자는 묵례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상하게도, 정시은은 샌을 바라보며 아랫배에서 미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샌 역시 자신의 아랫배에서부터 시작된 미열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을 강하게 억누르며 정시은의 말을 기다렸다.
그 순간. 정시은과 샌은 자신들의 눈앞에 갑자기 등장한 창을 보며 당황했다.
정시은의 눈 앞엔
[! 탐욕 특전 샌(플레이어)과 섹스(0/1) 보상 : 보너스 스탯 + 3]
샌의 눈 앞엔
[! 탐욕 특전 정시은(플레이어)과 섹스(0/1) 보상 : 보너스 스탯 + 3]
창이 떴다.
믿기 힘든 내용에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읽던 그녀들에게 또 하나의 창이 떴다.
[반복성 횟수 제한이 없는 퀘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