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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화 스물한 번째 이야기 - 연연불망(戀戀不忘) (30)


443. " 웃기시네. 니가 지지고 볶는 결혼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냐? 행복에 겨워서 아주 죽는구만... 쳇.... 영석이 너 오늘 아주 신바람이 났다? 오늘 제수씨가 저녁 반찬에 뭐라도 잘못 넣은 거 아니냐? 아주 자랑질이..... 오진다... 오져! " " 맛만 좋은 고등어조림 해주셨다. 그리고... 제수씨가 뭐냐? 건방지게... 결혼도 못한 녀석이 어딜.... 딱 형수님이라고 불러야지 어디 상투도 못 올린 총각 놈이 건방지게..... 임마! 옛날이면 넌 계집애처럼 두 갈래 머리나 하고 있어야 하는 미성년자야 알아? 길거리에서 나를 보면 넙죽 고개 숙이고.... 아이고 어르신... 딱 이렇게 불러야 된다고. 알았냐? 이 더벅머리 총각 놈아. 푸하하하..... " " 아휴.... 오늘 아주 신났네... 신났어. 닥치고 잔이나 비워라. " 무뚝뚝하기는... 무슨 부처님 가운데 다리 같던 녀석 답지 않게.... 말도 툭툭 수다스럽게 내뱉기도 하고.... 평소보다 기분도 좋아 보이는 탓에 할 말을 잃었다. 할 말이 없으니.... 술이나 먹일 수 밖에 없었다. 크흐..... 마신 뒤 습관처럼 이빨 사이로.... 숨을 토해내며 잔을 비우고.... 탁자에 내려놓으니 이제서야 고기가 나왔다. 여기는 우선 반절 익혀서 나오는 탓에.... 다른 가게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숯불에 초벌구이해서 나오는 고기를 다시.... 연탄불에 지져 먹는 것이라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물론 양념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메뉴도 있었지만.... 이렇게 먹는 게 더 편하고 맛도 좋았다. 고기를 뒤집으며 영석이를 슬쩍 훔쳐보았다. 사실 결혼하고 점점 신수가 훤해지는... 영석이를 보면 부럽기 짝이 없었다. 대학원까지 올라가서 학교에서만 거의 칠팔 년 보았던.... 그의 기나긴 세월 중 지금만한 시절은 없는 듯 했다. 저런 무뚝뚝하고 멋대가리 없는 녀석을 구제해서.... 결혼까지 한 제수씨는 천사가 분명 했다. 종종 그의 집에 놀러가서 폐를 끼쳐도.... 한 번도 싫은 내색은 커녕....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기는 것은 물론이고.... 황송하기 짝이 없는 환대에 오히려 내가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로.... 더욱 미안해지기 일쑤였다. 거기에다가.... 자기 낭군님과 놀아준다는 이유 만으로.... 호감 백퍼센트 표시해주는 그녀의 미소를 볼 때면.... 영석이 이 비혼주의자 녀석이 자신의 소신을 휙 던져 버리고.... 왜 그녀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어느새 익은 고기를 막 집어넣는데.... 이미 한 점 골라서 씹고 있던 영석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야.... 넌 연애는 안하냐? 아니.... 여자를 만나기는 하냐? 연애는 아니더라도 여자는 꼭 만나봐라. 너무 오랫동안 연애 비슷한 만남도 안하고 그러면 마음이 굳어서 불감증에 걸린다더라..... 심장이 딱딱해진데. " " 참나.... 그래서 심장마비로 죽는다고 하디? 됐다.... 무슨 연애냐 연애는..... 방송 일이나 하는 프리랜서 주제에. 돈도 없고 여유도 없다..... 내 한 몸도 건수하면서 사는 것도 버겁다. 팔자 좋게 여자는 무슨...... " " 웃기시네.... 벌이가 시원찮다는 핑계는 대지도 말아라. 이것저것 순전히 일만 하고 사는 주제에 무슨.... 난 니가 무슨 일중독에 걸려서 워커홀릭이 된 줄 알았다. 니 통장만 배불리지 말고 이제 좀.... 니 자신도 챙기고 살도 찌우고 그래라..... 임마..... "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녀석과 말싸움을 하면 이길 수 없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언제나 돌직구가 팍팍 들어왔다. 나는 조용히 소주잔을 들어 마시고는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거야.... 잘해봐야 한 달 내내 벌어서 다음 한달 먹고 사는 거고. 일 끊기는 거.... 한 순간이다? 프리랜서 부러워하지 말아라.... 한 발은 이미 백수 자리에 딱 뻗고 있는 게 프리랜서다. 나머지 한 발은 관속에 넣어두고..... 때 되면 통장에 따박따박 돈 넣어주는 월급쟁이가 제일 좋은 줄 알아라. " " 아놔... .오늘 이 녀석이 자꾸 내 어이를 뺏어가네. 그... 팔자 좋은 월급쟁이 딱 때려치우고 나간 놈이 누군데 그런 헛소리를 하냐? 엉? " " 쳇.... 나와 보니 나중에서야 더 좋은 줄 알겠더라..... 그런 의미에서 니 놈이 진정한 승리자다. 강제 퇴직 될 일도 없고 토끼 같은 마눌님에 양 같은 공주님도 모시고 사니......" 잔을 들어 영석이에게 내밀었다. 녀석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잔을 부딪쳤다. 짠. 유리가 내는 맑은 소리. 쭈욱 들이켰다. 영석이도 같이 잔을 비우고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 괜히 부러워하지 말고.... 임마.... 만나는 여자나 잘 해주고 그래. 한동안.... 나래 만나는 것 같더니만..... 나름 나래면 훌륭하잖아. 뭐가 불만이냐? " " 나래는 그냥.... 후배야...... 후배한테 무슨..... " 순간 영석의 입술이 달싹거리다가 멈추더니... 괜히 젓가락질에 고기만 집어넣었다. 분명 서민희를 떠올리고 말하려다가 삼킨 것이리라. 민희도 후배였는데 왜 나래는 차별대우 하냐고 말이다. 박 나 래. 새내기 삼총사.... 밝고 활달했던 그녀..... 그러고 보니 나래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을까. " 선배..... 선배는 나쁜 년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러는 제가..... " 그녀가 내뱉은 말 중 하필.... 왜 이게 생각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 버려서 침묵하는 내가.... 민희를 생각한다고 느낀 것일까. 영석이가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 아직도.... 민희..... 그 애를 못 잊었냐.....? " 나래도 그랬다. 선배.... 선배는..... 민희를 못 잊었냐고.... 사실... 오영석... 그를 만나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민희 얼굴을 보았다는 얘기였다. 민희 그녀를 만났다고....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았다고....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녀와 같이 동해를 갔다 왔다고..... 오랜만에 그녀를 보고 있으니 좋았다고..... 그리고 또 보고 싶다고....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다음 말을 뻔히 알 수 있었기에..... 난 아무 말 없이 내 잔에 소주를 부었다. 영석이와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첫 잔만 서로 부어주고 그 뒤는 자작이었다. 녀석이 내 손에서 다시 술병을 빼앗아서 따라 줄 때면... 내가 과음하고 있다고 판단이 될 때 뿐이었다. " 야..... 그 애는.... " 영석이의 표정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난 손을 들어 녀석의 입을 막았다. " 그러지마..... 민희.... 험담은 이미 예전에 많이 했잖냐..... 사실.... 그리고 그건 그 애..... 잘못도 아니야..... " 내 말에 영석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를 가만히 보던 녀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어처구니없다..... 아직도 그런 말이.... 나오냐? " 한숨에 섞여서 나오는 그의 말이 무겁기 짝이 없었다. 나는 다시 술잔을 비우고 말했다. " 그래..... 그게 사실이니까...... " " 참나.... 너도 정말 바보다.... 정말..... 구제불능이다..... " 영석이가 잔을 들어 한 번에 입 속에 털어 넣었다. ************** #15. 누가 쌍년을 만드는 것인가 하나.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민희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착하고.... 여리고.... 생각 깊고.... 조신한.... 누구보다도 순백의 도화지 같이.... 맑고 순수한 여자였다. 나와 연애하기 전에는.... 다른 남자와의 교제도 전혀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교생 선생님에 대한 얘기 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져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여자였다. 나한테만... 매달리고...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고.... 애교를 떠는... 천사 같은 그녀였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은.... 해괴하고 흉하기 짝이 없었다. 전혀... 신빙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 뿐이었다. ************** " 야! 씨발.... 그러는 거 아니잖아.... 이 새끼들...... 그게 사람이냐.....? 그게 친구야? 개새끼들.... 씨바..... 니네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끅.... " 분노에 찌들어 화산이 폭발한 듯.... 마구 울분을 쏟아내는 나를.... 영석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옛날..... 언제나 같이 캠퍼스를 누비며.... << 사총사 >> 라고 불리던.... 우리들은 이제 나와 영석이만 남았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두 녀석. 데면데면해진 둘은... 나 뿐만 아니라.... 영석이도 그리고 서로도.... 만나지 않고 있었다. 한주섭.... 박성태.... 그리고 그 이유에는.... << 서민희 >> 그녀가 있었다. 조그만 소주잔으로 성이 차지 않아서.... 음료수 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서 마시고 있었다. 반잔을 붓고 들이켰다. 가득 차다 못해 넘실거리며.... 흘러넘치는 잔을 한숨에 비워도.... 속이 풀리지 않았다. 그나마 이후에 다시 잔에 가득 부어서 마시려는 걸.... 영석이가 말려서 반만 채워서 마시는 거였다. 내쉬는 숨결에.... 알코올 향기가 진하게 느껴져도.... 취할 수 없었다. " 군대 가니까....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만.... 그 사이에 친구..... 여친을 건들어....? 씨발.... 그게..... 그게 친구냐? 개새끼들...... 진짜..... 인간도 아닌 새끼들..... " " 야.... 김우태 그만해..... 여기.... 우리가 독채로 빌린 거 아니다. 너.... 목청 싱싱하고 건강한 거 충분히 알았으니까 제발.... 목소리 좀 낮춰라..... " 조용히 말하고 술잔을 비우는.... 영석이 얼굴을 보니 부아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순간 죄 없는 그에게로 화살이 날아갔다. 아니... 나하고 같이 있는 게 바로 녀석의 << 죄 >> 였다. " 씨팔.... 오영석.... 너도 마찬가지야! 이 새끼야..... 너도 다 알고 있었잖아! 그 새끼들이.... 민희... 민희를 꼬셔서 끌고 다니는 거.... 그 개새끼들이 그러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었잖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냐? 엉? 니놈도 똑같아! 씨바랄.... 다 똑같은 새끼들이라고! 이 멍멍이 사촌 같은 새끼들아.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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