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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화 2부 71화 - 나도 훈련 받을 거야!


아니… 도대체 왜? 도대체 왜 엘피 네가 따라오는 건데? 진짜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억지 감성에 애써 호소해 보지만 그 뿐. 저 망할 꼬맹이는 엘피의 눈치만 살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엘피는 그런 나를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 진짜 몰라서 물어?” “뭐… 뭐가 말이야?” “혹시나 그 로시스라는 사람이 여자면? 내가 주인님 이상한 짓 못하게 옆에서 감시해야 되잖아.” “아니… 너는 그게 무슨 말이야…” “씨끄러! 훈련이랍시고 막 이렇게 저렇게 어?!” “…” 시발… 내 업보가 크긴 하구나. 저렇게 매섭게 노려보니 변명이고 뭐고 기세에 짓 눌려서 뭔 말을 못하겠는데, 그… 아직 로시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는 거잖아? 애초에 로시스라는 이름… 암만 봐도 남자 같지 않나? “무슨 말이야 콱 씨… 암만 봐도 여자 이름이구만.” “크흠…! 엘피. 로시스는 남자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말거라 저 녀석이 양성애자는 아니지 않느냐.” “… 확실해?” “당연하지 시발…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주 그냥 어처구니가 없는데… 어찌 됐거나 엘피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져서 다행이긴 하다. 게다가 이제는 따라올 이유가 사라졌으니 따라오지 않겠지? “아니? 그래도 갈 건데?” “… 왜?” “왜냐니! 노예로서 주인님을 보필하는 건 당연한 이치잖아. 안 그래?” “참나… 이럴 때만 자진해서 노예인 거냐? “하? 아니… 나 그렇게 말하면 서운해? 그죠 크레아님?” "그래, 주인으로서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 어이가 없네… 아니… 애초에 엘피 네가 따라와서 뭐 할 건데? 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크레아가 엘피의 편을 들기 시작한다. “최후의 상황에는 저항할 수 있는 뭐라도 있어야 하는게다. 어찌 됐든 계속해서 균열에 들락날락 할 텐데 같이 배우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 "그건..." "너도 겪어봐서 잘 알지 않느냐? 아무리 네놈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 확실히... 그건 그렇긴 하다. 당장 크루이치 건만 해도… 그 엘프 둘이 없었더라면 사실상 엘피는 무방비 상태였겠지. 근데 그래도 시발 약값이 얼만데 꼭 따라와야겠니? 그냥 내가 배워서 가르쳐 주면 안 될까? 응? "음..." "..." "싫은데? 주인님도 배우는 입장인데 그게 바로 되겠어?" "그래 이놈아. 같이 배우고 같이 복습하면 될 것 아니냐." “아니… 하… 그래, 알겠어. 같이 하면 되잖아 같이 하면…” "오예~! 그러면 오늘부터 주인님이랑 으흐흐..." "..." 어이, 왜 그렇게 웃는 거냐? 우리 허튼 짓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열심히 훈련하러 가는 거거든? 뭔가 묘하게 기분이 나쁜데... 어찌 됐거나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참 나… 알고 있거든 나도? 그나저나 훈련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크레아님? 오늘부터 바로 할 까요?” "뭐… 나는 일단 오늘 당장부터 가능하긴 하다. 그러니 너네 둘이 잘 합의 해보거라.” “음… 어떻게 할 거야 주인님?” “오늘부터 하지 뭐. 그냥 평소처럼 잘 때 하는 거 아니야?” “그래, 그게 편하겠지. 굳이 자는 시간을 만들기에는 요즘 너네 둘이 너무 바쁘니까 말이다.” “오케이… 그러면 훈련 시간은 대충 어느 정도 가능할까? 가능하면 길게 하고 싶은데…” “…” 길게 하고 싶다는 나의 부탁에,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침묵하는 크레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지금 우리가 하려는 짓이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해봐야 알겠구나. 일단은 최소 3시간. 그 정도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3시간? 너무 짧은데… 전에는 이렇게 까지 짧지 않았잖아.” “이런 건 나도 처음이라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워낙 까다로운 작업이 될 거라서 말이지.” “… 그래?” “뭐… 그래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익숙해질 테니 점점 시간이 늘어날 게야.” 처음에는 최소 3시간. 그 다음 날은 최소 5시간… 6시간… 종국에는 24시간까지도. 혹은 그 이상 까지도 가능 하도록 노력해보겠다는 크레아의 말에, 나와 엘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크레아를 믿는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 그래. 그러면 크레아 너만 믿을 게.” “저도요 크레아님.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섹스를 더 열심히 하는 건 어때 주인님?” "뭔 말이야 갑자기..." "힘 쓰러면 밥을 잘 먹어야 되잖아. 그렇죠?” "어이가 없네… 야, 무슨 악기바리냐? 강제로 먹이게?" "크흠...! 뭐, 그건 내가 만약 필요하게 되면 그때 부탁 할 테니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하고... 어서 식사부터 하거라." 너네가 밥을 먹을 동안 나는 유튜브 편집에 집중하겠다. 크레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 모습에 나도 엘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 그러면 밥 먹고 평소처럼 쉬다가..."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그리고 미쳐 말을 못 했는데… 오늘 훈련을 하기 앞서 도와줘야 할 것이 있다." "뭐?" "전개도. 오늘도 그날처럼 그게 필요하다." *** 밤 11시. 모든 준비를 마친 나와 엘피는 크레아가 침대에 깔아 놓은 큰 벽지 위로. 복잡한 선들이 가득한 전개도 위에 몸을 뉘였고, 나는 마치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 마냥 긴장감에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 이렇게 누우면 돼?" "그래, 위치는 잡았으니 이제 둘 다 몸을 일으켜 세워 보거라. 다들 한잔씩 해야지.” "..." 마치 바텐더처럼, 정성껏 만든 혼합 액을 유리 잔에 붓는 크레아. 그런데 그 색깔이 꼭 수채화 물감을 씻어내는 물통에 담긴 꾸정물 같아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먹어야 되는데… 시발 생리적으로 꺼려지는 구만 그래. “크레아. 이거 먹어도 되는 거… 맞지? "당연하지 이놈아. 내가 직접 검사한 거니 문제없다." "그래~ 뭐 이런 걸 가지고 쫄고 그래? 우리 러브샷으로 때릴까?" "..." 러브샷이라니... 조금 당황스러운데, 이미 엘피가 내 팔을 감아 버린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고. 나는 마치 악기바리 하듯 크레아가 건넨 꾸정물을 쭉 들이켰다. "으웁... 뭔 맛이야 이게?" "... 썩은 박카스.” "..." 썩은 박카스라... 엘피 말을 들으니 순간 위장이 꿈틀거리는 느낌인데, 그런 걸 잔뜩 먹고 바로 누으니 더더욱 불쾌함이 가중되는 하다. 토할 것 같아 시발… "엘피… 나 속이 안 좋아. 이 상태로 자다가 침대에 토할 것 같은데..." "많이 불편해? 그러면 똑바로 눕지 말고 이쪽으로 돌아 누워." "아니... 야, 맞아 이거? 더 울렁거리는 것 같은데?" "원래 몸에 좋은 자세는 불편한 거야. 그리고 어차피 조금 있으면 잠들 건데 조금만 참아." "..."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런데 이대로 잠들면 아무래도 불편해서 깰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일어난 김에 이부자리도 좀 새로 하고 배게도 다른 걸로 바꿀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 6 편 남짓한, 마치 헛간을 연상 캐 하는 허름한 공간. 내가 눈을 뜬 미지의 공간은 온통 낡고 건조한 밝은 색상의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마자 깨닫는다. 우리는 이미 꿈속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이다. "야, 일어나 어서. 어?” "으음... 뭐야? 설마 꿈으로 들어온 거야?" "그런 것 같아." "잠든지도 몰랐는데...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지?” "..." 그러게... 그 약이 성능이 좋긴 좋나 봐. 단순히 수면 작용이 강력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나 지금 온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일반적인 약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진짜 현실 같다. 이전 약들이 720p라면 이건 2048p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야.” “어… 뭔가 구체적으로 설명은 못하겠는데 확실히 엘피 네가 말 한 것처럼…” “엄청 선명하다. 그렇지?” “…” 선명하다라… 뭔가 딱 맞아 떨어지는 비유는 아닌데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 전체적으로 확실히 3-4 단계 이상은 더 깨끗해진 느낌이니까 말이다. 감각이든 눈에 보이는 거든 뭐든… 전부 다 말이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왜 우리 헛간 같은데 있어?" "몰라... 나도 막 이제 일어나서..." "크레아님에게 따로 들은 말은 없어?" "어... 없는데... 일단 한번 나가볼까? 어차피 여기 있어봐야 달라지는 건 없고, 여기서 훈련을 하지도 않을 테니… 나는 엘피의 손을 잡은 채 곧장 눈앞의 나무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뭐가 됐든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 나와 엘피가 나가는 걸 막기라도 하듯, 마치 빗장처럼 낡은 나무 문을 가로 막고 있는 낡은 책상. 작고 허름한 책상 자체는 별 볼일 없었지만, 도대체 이게 왜 이런 이상한 위치에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이 위에 올려진 이 책은 도대체 뭐지? "… 뭐야? 책이야?” “어… 그런 것 같은데… 무슨 책이지 이게?” “크레아님이 가이드 같은 걸 만들어서 올려 놓은 거 아닐까? 그러니까 이렇게 막아 놨지. 이러면 우리가 무조건 보게 되잖아.” "..." 그런가?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겉 표지에 뭐가 아무것도 없는데? 게다가 색은 왜 이래? 꼭 피가 말라붙은 것 같은 색감을 보고 있자니 괜히 섬뜩한 느낌까지 드는데… 그런 섬뜩한 느낌과는 별개로 책의 내부에는 그 어떤 글자나 그림도 없었다. 마치 연습장처럼 말이다. “뭐야? 아무것도 안 적혀있네?" "흐음... 그러면 그냥 오류 같은 거 아닐까?" “오류…?” “크레아 님이 그랬잖아. 베타테스트 같은 거라며.” “…” 아… 그런가. 그래서 이런 게 굴러다니는 건가? 나는 엘피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계속해서 책을 빠른 속도로 넘기며 확인한다. 어차피 계속 이런 식이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아니면 혹시 크레아님이 연습장 하라고 준 건 아닐까?" “... 펜도 없이?” “이것 또한 오류인 거지.” “…” 오류라… 엘피 말처럼 이것도 오류인가? 물론, 베타테스트 만능론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엘피의 말이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뭐라 형용 못할 묘한 느낌에 계속해서 책을 넘겼고,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던 나의 손가락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서 일 순간 멈춘다. "뭐야? 그림이네? 누구지 이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갑옷... 같은 걸 입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일반인은 아닌 것 같고... 옆에는 누구지? 마치 지워진 것처럼. 상반신 위로는 그림이 잘려 있어 확인할 수가 없는데, 일단 실루엣만 보면 어떤 남자와 여자가 같이 나란히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뭐지? 연인인가? 뭔가 사이 되게 좋아 보이지 않아?” “사진 절반이 날아갔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느낌 상 그렇잖아. 안 그래?” “…” 느낌상 그렇다라… 그런가? 엘피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됐거나 단순한 오류 같지는 않았는데… 일단 지금은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에, 나는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책상 위로 원위치 시켰다. 나중에 일어나면 크레아 그 녀석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 일단 나가자. 우리 훈련하러 온 거지 이런 이상한 책 보려고 온 건 아니잖아.” “오케이~ 그러면 파이팅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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