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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화 2부 73화 - 벤치를 조지는 겁니da! (1).


엘피와 동행하라는 말을 남긴 스승님은 순식간에 엘피를 제치며 앞으로 나아갔고. 나는 헥헥거리며 가까스로 반환점에 도달한 노예 놈에게 장난 치듯 속삭였다. “어이, 이제 아홉 바퀴 남았다.” “하… 하… 시발… 나… 나는 조금만 쉬었다… 가… 갈테니까 먼저… 가…” “스승님이 너랑 동행하래. 너, 설마 이 정도 각오도 없이 훈련에 참가한 건 아니지? 이거 존나 비싼 물약인데 너 이런 식이면..." “하… 씨… 알겠어… 간다… 간다고…” “…” 큰 가슴을 헐떡거리며 다시금 내리막을 뛰기 시작하는 엘피.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러다 쓰러 지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는데, 곧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비쥬얼과 달리. 엘피는 마지막 반 바퀴를 앞에 남겨둔 그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였다. “하… 하… 하… 시… 시발. 주인님. 나… 다리… 다리가 후들… 거려...” “거의 다 왔는데 조금만 더 힘내 봐. 전에 나랑 같이 뛸 때는 400M 트랙도 몇 십 바퀴나 뛰었으면서..." “그때는 평… 평지라서… 그렇지. 나 진짜… 이러다가 쓰러져…” “야, 말하지 마. 말하지 말고 코로 숨 쉬고 입으로 뱉어. 내가 뒤에서 밀어줄 게. 어?” “…”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엘피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그 안쓰러운 비쥬얼에 어쩔 수 없이 녀석의 뒤로 가 등을 밀어본다. 그런데 너… 나한테 너무 기대는 거 아니냐? “응? 무슨 말이야 그게? 밀어 주겠다고 한 건 주인님이잖아.” “밀어 준다고 했지 기대라는 말은 안 했거든?” “아 몰라~ 그나저나 경치 좋다. 그렇지 않아?” “…” 시발… 지금 주인님 더러 등 밀어 달라고 해 놓고 경치 타령이냐? 아주 그냥 어처구니가 없는데… 어처구니 없는 것과는 별개로 드넓은 바다는 엘피의 말처럼 아름다웠고,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 “어때? 멋지지? 그래서 주인님도 내 말에 토 안 달고 있는 거지?” “씨끄러... 논점 흐리지 말고 똑바로 걷기나 해." “칫… 우리 주인님은 낭만이 없네? 저기 색깔 좀 보라니까? 엄청 이쁘지 않아? 열대 바다는 아닌 것 같고… 좀 추운 지방인가?"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꿈에서 깨어나면 크레아님에게 한 번 물어볼까? 혹시 실존하는 장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잖아." “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훈련에 집중해. 그리고 너, 어째 가면 갈수록 나한테 더 기대는 거 같다? “아이… 조금 남았는데 조금만 더 힘내 줘. 이제 이 언덕만 오르면 10바퀴 다 채우는 거잖아.” “…” 시발년… 그냥 손을 때 버릴까? 확 뒤통수 깨지게 해 줘? 아주 그냥 뻔뻔한 게 어처구니가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 위를 쳐다보니 어느새 반환점이 코 앞이다. 이 망할 노예 놈에게 제대로 당했구만 그래. “오… 나의 제자들 오셨군yo. 다음에는 걷지 않고 뛰는 걸로 10바퀴. 그 다음에는 전력 질주로 10바퀴. 또 그 다음에는 저와 똑같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파이팅입니 da!” “에에에엥?! 아니… 다음에도 또 뛰어요?” “물론 입니da. 엘피! 달리기야 말로 기초 중의 기초. 그러니 앞으로도 매일 이렇게 달리고 본격적으로 훈련 할 거니 그런 줄 아세yo.” “…” 매일매일 달릴 거라는 스승 님의 한 마디에, 한 1년은 늙은 것 마냥 표정이 일그러지는 엘피. 나는 그 모습에 내심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들었다. 도대체 여기서 뭘… 어떻게 무슨 훈련을 한다는 거지? “… 근데 스승님.” “왜 그러시jyo 찬혁kun?” “도대체 여기서 무슨… 훈련을 합니까?” “오늘은 weight 트레이닝입니다.” “… 웨이트? 어디서요?” “어디기는 yo! 바로 제 안락한 집에서 입니da!” *** 집은 작았다. 아까 처음 이곳에 도착해 저 멀리서 보았을 때도, 우리가 열심히 반환점 삼아 돌았을 때도. 심지어 지금 이렇게 보고 있음에도 붉은 지붕의 흰 건물은 집보다는 헛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고 협소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는 거지? "... 여기서 한다고요? 진짜로?" "그렇습니다 찬혁 kun." "..." 뭐지... 그냥 벤치랑 렉만 딸랑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벤치랑 렉을 놓을 공간이 있기나 한 건가? 이래저래 다른 가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벤치고 렉이고 당장 20kg짜리 바벨 넣을 때도 없어 보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스승님은 거침없이 문 고리를 잡아 돌렸고. 굳게 닫혀 있던 낡은 나무 문이 열리자, 그야말로 상상 이상의 광경이 나와 엘피 앞에 펼쳐진다. “아니… 뭐야 이거?” "뭐긴요 찬혁. 우리가 늘 weight 조지는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 들어가 jyo. 둘 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일단 물부터 한 잔씩 합니da." "..." 낡은 나무 바닥 대신 오와 열을 맞춰 깔려있는 검은 색 우레탄 타일. 그리고 그 검은 바닥을 따라서 놓여있는 현대적인 운동 기구들과 그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는 크고 거대한 유리. 믿을 수 없지만 지금 나와 엘피가 있는 이곳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어느 한 서울의 헬스장이었고.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만 같은 이상한 감각에, 나와 엘피는 반쯤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 “… 왜 그러 jyo 두 사람? 혹시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kka?” “예? 아… 아니… 생각보다 시설이 너무… 좋아서요.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허름한데…” “맨날 훈련하는 곳인데 새삼스럽게 무슨 말입니까 찬혁? 이상한 소리 말고 두 사람 어서 물 마시고 저랑 같이 준비 운동 하는 겁니 da. 오늘 아주 빡세게 할 거니까yo!!” *** 투신이라 불리던 그였지만, 준비 운동은 내가 늘 상 하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부드럽게 목 근육을 늘리는 것으로 시작해 어깨. 가슴. 등의 순서대로 내려오며 전신의 근육을 풀고, 마지막으로는 가볍게 손목과 발목을 스트레칭 하는. 그야말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몸 풀기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상당히 이질적인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치 꿈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요상한 기분이었다. “…” “괜찮습니까 찬혁? 어디 몸이 안 좋은 겁니kka?” “예? 아… 아닙니다.” "흠… 그러면 좋습니da! 그러면 몸 풀기도 끝났으니 바로 벤치 프레스를 하는 겁니da!" "... 벤치 프레스? 그게 뭐야?" "가슴 운동의 king! 저 벤치에 누워서 진행하는 운동입니다만… 우리 엘피는 모르는 것 같으니 찬혁 kun 부터 가볍게 밴치 프레스를 조져볼까yo?" "..." 벤치라... 군인 시절에는 그래도 1RM이 어거지 150 정도는 됐는데 지금은 어떠려나? 웨이트 안 한지 좀 돼서 무게가 줄었을지... 아니면 오히려 레벨업의 영향으로 늘었을지. 가볍게 몸을 푼 나는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원판을 꽂았다. "어이 거기, 잘 보고 배워. 내가 시범을 보일 테니까." “참나… 말 안 해도 알고 있거든?” "Oh. 좋습니다. 근데 무게가 꽤나 light 하군요 40kg? 웜업 입니kka?" "네,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웜업 좀 하려고요." "Ok! 그러면 50개 시작 입니da!" "...?” 50개라니… 예상치의 2배를 뛰어 넘는 요구에 꽤나 당황스럽지만 여기서 못 하겠다고 하면 남자가 아니지. 게다가 엘피가 보고 있으니 가오를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one! two! 아 THREE…!!” “…!" 스승님이 말아 주는 빠른 템포의 카운팅에 맞춰, 부지런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흉근. 당연히 무게도 가볍고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니 50개를 다 채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한 번에 많이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40개 즈음부터는 근 섬유 하나하나가 찢어지다 못해 타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끄아악…!” "46! 47! 48! 49! 마지막 한 번입니다da.” “…!” 마지막 한 번이라는 말에, 피로 잔뜩 부풀어 오른 흉근을 더더욱 강하게 쥐어 짜내며 바벨을 거치대에 던져 놓는 나. 그리고는 곧장 밴치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 있던 엘피에게 보란 듯이 말했다. 비록 40kg이라 크게 가오는 안 살지만 말이다. “봤냐? 이렇게 하는 거야 벤치.” “보기는 했는데… 그… 많이 힘들어? 보니까 되게 표정이 괴로워 보이던데…” "힘들지. 당연한 거 아니냐?" "그렇습니다. 원래 훈련은 힘들jyo! 오늘도 그렇듯 죽어보는 겁니da!" "..." 죽어 보자는 말에, 엘피의 얼굴이 사색이 되지만 그뿐. 스승님은 신나는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방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좋습니다 찬혁kun. 이제 제가 웜업을 할 테니 방금 제가 했던 것처럼 카운트 해 줄 수 있습니kka?" "물론이죠." "Ok! 그러면me도 시작합니다Da...!" "...! 하나. 라고 카운트 하자마자 일 순간 날아오르는 40kg짜리 바벨. 투구를 쓴 남자는 마치 점프하며 팔 굽혀 펴기 하듯, 일 순간 늘였던 흉근를 수축하며 바벨을 수직으로 던지고 받길 반복하기 시작한다. "오...! 대박!!" "놀랍습니kka? 지금부터 제가 더 놀라운 걸 보여 드리겠습니da!!" "..." 놀라운 걸 보여주겠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이 바벨이 날아오르고. 동시에 이 미친 인간은 바벨이 떠있는 동안이 박수를, 그것도 한 번도 아니라 두번씩 치기 시작하며 요란한 기합과 함께 플라잉 벤치 프레스를 조지기 시작한다. "Oh!! 가슴 뿐 만이 온몸의 근육이 깨어나는 기분 입니da!!" "..." 대단하네... 무거운 무게는 아니지만, 저걸 저렇게 던지며 받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과격한 움직임에도 스승님의 숨소리에서는 힘들거나 지친 기색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게 카운트가 50이 되는 순간. 스승님은 들고 있던 바벨을 거치 하고는 곧장 벤치에서 일어났다. "호우…!! 그 다음은 엘피. 이리로 come!" "예? 저... 저도 해요?" "물론 입니da! 훈련에 강도는 다를지 몰라도 하는 건 모두가 same! 자 어서 이리로 come 하는 겁니다!" "아니... 나는 벤치 할 줄 모르는데..." "빈 봉으로 진행할 거니 걱정은 no! 그러니 자... 찬혁kun. 어서 start 하죠!" "...?" 제... 제가요? 당연히 스승님이 가르쳐 주는 줄 알았는데... 어... 일단 벤치에 한 번 누워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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