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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season2. 30. 한 배를 탔으니까(2)


season 2 30. 한 배를 탔으니까(2) 기찬은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이태석을 빤히 봤다. 먼저 말을 꺼내거나 고개를 숙인 건 아니었지만, 눈으로 인사를 건넸다. 상대도 그런 기찬의 행동을 이해한 듯 별다른 시비 없이 용건만 건넸다. “어디 가나?” “볼일이 있어서요.” “급한 일 아니면, 지금 나랑 같이 좀 가지.” 강압적이거나 무례하지 않았기에, 기찬도 적당히 대응했다. “제 볼일보다 급한 일이라면요.” “사장님이 긴히 말씀하실 게 있으시다는데.” 김하익의 호출일 거로 예상은 했다. 그래서 편하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찾아뵈려고 했어요. 어차피 지금 가는 곳도 강남 쪽이라, 일 빨리 보고 사무실로 갈 게요.” 아주 예의를 갖춘 태도나 말은 아니었지만, 기찬의 순순한 반응에 이태석도 더 붙들지 않았다. “그렇게 전하지.” 나름 쿨하게 돌아서서 제 차에 오르는 이태석을 보며, 기찬은 호출 목적을 가만 생각했다. ‘이태석이 지난밤 일에 별말 없는 걸 보면, 내가 제 정체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렇다면….’ 송지연과의 관계나 기찬이 뭘 얼마나,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심산으로 판단 됐다. 그렇다면 피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물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기에 간 보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나저나, 나 데려가자고 이태석이 직접 와? 의외네.” 스타 레코드 지분을 줄 때부터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 기찬을 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삐삐로 호출해도 될 걸 구태여 노출을 자제하는 오른팔을 직접 보냈겠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김하익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이기 때문에 세게 나가도 별 탈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감독님부터 보고.” 기찬은 그만 생각을 정리하고 오명환의 일정에 맞춰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 * * 올림픽공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한체대에 도착한 기찬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장 총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총장과 오명환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기찬아.” 총장이 기찬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하셨어요? 건강해 보이셔서 좋습니다.” “허허, 이놈, 볼 때마다 아주 딴 사람이야.” 한체대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이자 보고이기 때문에, 이미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다. 그럼에도 총장이 기찬을 기억하고 반가워하는 건, 순전히 그가 서울대 수석 입학생이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총장으로 있을 때 대학 설립 이후 최초로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한 업적을 남기게 됐으니, 기찬이 예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가 같이 앉아 있어도 되는 자리인가요? 아직 말씀 중이시면 밖에서 잠깐 기다리겠습니다.” 어른스러운 기찬의 태도에 총장이 다시 한번 놀라워하며 오명환을 바라봤다. “오 감독, 복싱 말고 다른 것도 가르쳐요?” 무슨 말인지 알기에 오명환은 농으로 받았다. “아유, 총장님. 그럼요. 쟤 기저귀 찰 때부터 제가 키웠는걸요.” 두 사람은 호탕하게 껄껄 웃고는 기찬에게 말했다. “얘기는 다 끝났다. 이젠 너와도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 알아야 하기도 하고.” 마침 행정 비서가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곧바로 본격적인 설명이 시작됐다. 대한체육회에서 한체대나 체육계 전반에 소홀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꽤 긴 얘기였다. 그리고 결론은 체육계의 불만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정치적인 내용이나 더 깊이 있는 인물 간의 알력 다툼에 관한 내용은 철저히 숨겼다. 물론 기찬은 이미 다 예상했던 얘기였기에 대충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짐작됐다. “그래서, 오 감독은 너를 이 문제 해법의 열쇠로 생각하는구나.” 그들은 기찬이 체육회 내에 체육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권한 있는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선출 행정가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리는 거의 권한 없는 위치였다. 하지만 기찬이라면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판단했다. 어느 조직이든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예외 없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학벌도 맞았고, 체육인 출신이라는 점도 적합했다. 무엇보다, 오명환의 제자라는 사실과 잠깐이지만 한체대에 발 담갔던 동질감이 그들에게 큰 믿음을 주는 것 같았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이번에 대한체육회 이사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됐어. 날 받쳐줄 능력있고 권한있는 실무자가 필요해.” 오명환이 기찬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기찬은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전 이제 겨우 대학 2학년입니다. 아직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학생일 뿐인데, 그만한 자리에 오르려면 시간이….” 오를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말이었고, 거기에는 자신감과 함께 그들의 계획에 동참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총장이 답을 주었다. “시간은 조금 걸려도 돼. 어차피 이사 선임되자마자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꽤 큰 그림이었다. 오명환이 이사직을 연임하면서 세를 불려 나갈 계획이었다. 그 사이 기찬은 자격을 갖추고 실적을 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실적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네가 선출이라고는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성적이 없으니까, 그게 필요해.” 선수 출신 행정가. 그것도 명예직이 아닌 실무 고위직. 서울대 의대 출신에 성인 무대에서의 실적이 갖춰지면 그 자격으로 차고 넘치는 게 사실이었다. 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 등록은 해 놨습니다. 체육관도 꾸준히 다니면서 몸은 만들어 뒀고요.” 그 말에 오명환과 총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찬은 질문이 나오기 전에 미리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번에 제주도에 인사 내려갔을 때, 감독님께서 복싱 놓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선수 등록도 알아봐 주셨고요.” “그래도 그렇지, 그걸 바로 준비하다니….” 직접 의견을 주었던 오명환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자, 총장이 감독의 어깨를 툭 쳤다. “자네 말대로군. 더할 나위 없네. 아주 든든해! 허허.” 이후 기찬은 복싱협회 측에서 만들어 주는 일정대로 경기를 준비하면 된다는 설명을 끝으로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감독님, 오늘 저녁때는 제가 일정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래, 나 때문에 네가 괜히 시간 뺏기고, 고생이다.”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제가 모셔야죠.” “하하, 고맙다. 기찬아.” 그런 사제지간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총장이 기찬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기찬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총장님.”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 말하게. 내가 물심양면 돕겠네. 우린 한 배를 탔으니까. 하하.” 권력 싸움에 한편이 된 세 남자의 눈빛이 순간 뜨겁게 타올랐다. * * * 침대 머리맡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중년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으음, 하아.” 열심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다리를 쫙 벌리고 있는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자지를 넣었다 뺐다 공을 들였다. 하응, 흐응. 여자의 콧소리에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사정해 버렸다. “윽!” 몸을 지탱하던 사내의 두 팔이 잠깐 부들부들 떨리더니, 이내 여자의 풍만한 가슴 사이로 얼굴을 처박았다. 털썩. “하아, 하아, 이사님, 너무 좋았어요. 너무 멋져요!” 아직 호흡이 들떠있는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오명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좋았어?” “응, 미치는 줄 알았지 뭐예요.” “아하하. 그래. 나 아직 안 죽었거든!” 여자는 능숙하게 남자의 기를 북돋웠다. 오명환은 정말 기분이 좋았는지, 여자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나란히 누웠다. 다른 한 손으로는 풍만한 젖가슴을 주무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후우, 간만에 몸 좀 제대로 풀었네.’ 오명환은 근래 아내와 만족스러운 섹스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운동선수 출신답게 두 부부의 잠자리 금술은 꽤 좋았는데, 최근 언제부턴가 아내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그게 심리적인 압박이 되고 부담이 되기 시작하더니, 관계를 갖을 때마다 발기가 잘 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생긴 건지 덜컥 걱정이 돼 남몰래 병원에 갔다. 하지만 이상은 없었다. 여전히 건강했다. 결국, 그렇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마다 의사들이 하는 똑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관계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시고, 잦은 스킨십도 도움이 됩니다. 이 새끼, 누가 그걸 모르냐! 한대 패 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알겠다며 그냥 나왔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걸 알고도 아내와의 섹스는 반갑지 않았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요구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데, 기찬이 보내준 젊고 예쁜 여자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 그는 여러모로 기찬이 기특했다. ‘성기찬, 이놈. 너는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낮에 총장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 내용까지 생각이 이어질 때였다. “음.” 언제 몸을 옮겼는지, 여자가 자신의 아랫도리로 내려가 시들해진 물건을 물고 있었다. 시큰한 감각에 내려다보니, 자신의 자지를 문 채로 그 큰 눈이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웃음을 짓는데, 그게 얼마나 색하게 느껴지던지, 하마터면 그만 싸버릴 뻔했다. “으음, 좋아. 계속 빨아.” “응. 우음.” 그녀의 혀가 귀두를 휘감는 느낌에 오명환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윽. 정말 쌀 뻔했다. ‘씨발. 챔피언 체면이 있지.’ 어떻게 되찾은 자신감인데…. 더는 버티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여자를 엎드리게 했다. “엉덩이 들어.” 여자가 순순히 자세를 바꿔 누웠다. 둥글고 푸짐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오명환이 갈라진 둔부 틈으로 자지를 가져다 댔다. 꼴깍. 정말 탐스러운 엉덩이였고, 군침 도는 조개였다. 그런데, 그 순간에 왜 신기하게도 기찬이 떠오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그가 제주도에 내려온 날 꾸었던 꿈이 선연히 떠올랐다. 약간의 분노와 투쟁심, 얼마간의 질투심과 부러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흥분. ‘젠장.’ 오명환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흥이 깨지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씨발, 나 세계 챔피언 오명환이야!” 꾸욱. “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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