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18화 18화


18화 알고 보니 옷감 안팎에 솜을 넣고 다이아몬드 형태로 누벼 만든 옷이라고 했다. 입어 보니 무척이나 포근하고 따스했다. 그 외에 어깨에서부터 걸쳐 늘어뜨리는 사각형 스카프와 머리에 쓰고 양쪽 끝에 달린 끈을 턱에서 묶어 고정시키는 형태의 방한모 등이 있었다. '이만하면 안에서 지내기엔 충분히 따스한걸. 아주 잠깐 정도라면 밖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고.' 옷을 입어 본 나는 무리해서 모피 외투를 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바깥 외출을 하시려면 모피 외투만 한 것이 없습죠. 겨울은 매년 찾아오니 이곳 생활을 오래 하시려면 좋은 외투 한 벌은 꼭 장만하셔야 합니다.' 상인은 겨울 짐승의 모피보다 추위를 잘 막아 주는 옷은 없다며 모피 외투를 추천했지만 얼마나 비싼지, 가격을 들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만하면 됐지. 좀 답답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밖에 나갈 일도 많지 않고.' 그리고 며칠 후 아침, 공작은 다시 저택으로 귀환했다. '돌아왔구나!' 창밖으로 그가 귀환하는 장관을 내다보니 겨울 사냥은 모르긴 몰라도 성공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면 사병 무리의 끝자락, 노새가 끌고 갔던 빈 수레에 산더미 같은 짐승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점심 식사 후 공작 각하께서는 나를 집무실로 호출하셨다. 돌아오자마자 무슨 일인가 싶어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난 뒤 집무실로 향한 나는 이후 마주한 광경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랐다. '설마⋯⋯ 곰인가?' 그도 그럴 게 그곳엔 곰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글귀나 삽화 정도로만 접했지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곰이.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편한 옷차림을 한 공작이 그런 나와 곰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처음 보았소?” “⋯⋯예.” “그곳 귀족들은 사냥을 하지 않소?” “사냥은 하지만⋯⋯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 대형 맹수는 잡지 않습니다.” “이곳과는 다르군, 여기 귀족들은 1년에 한 번 한데 모여 맹수들을 솔선해서 잡소. 야지에서의 기동 훈련도 할 겸, 굶주린 곰이나 늑대 같은 것이 내려와 민가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겸.”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그 대형 맹수, 흑곰의 가죽이었다. '어떻게 잡은 거야?' 사람이 어떻게 저런 것을 잡을 수 있을까? 머리와 네 발이 다 달린 곰의 가죽은 집무실의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간 가죽인데도 저렇게 큰데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거대했을지. 발바닥이 내 머리보다 크고 발톱이 내 손보다 더 길었다. “공작 각하께서 잡으셨습니까?” “그렇소. 이번 사냥의 목적이자 가장 큰 사냥감이었소. 민가를 어슬렁거리는 것이 많이 목격되었다더군. 다행히 부상자 없이 잡았고 그 외에도 많은 짐승이 잡혔소.” 나는 이번엔 공작의 안색을 찬찬히 살폈다. 아직 여독이 남아 있는지 그는 지치고 피로해 보였다. 분명 지친 몸을 야전용이 아닌 안락한 침대에 묻고 싶을 텐데 나를 부른 이유가 짐작되지 않았다. 그가 열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자신이 잡은 것을 어디 한번 보라 자랑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지 않겠는가? “이곳에선 곰을 베르라고 부르오. 노르드의 전사 중 신들린 것 같은 격노에 휩싸여 전투에 임하는 자들은, 곰의 힘을 입었다고 하여 베르세르크, 곰의 모피를 걸친 자로 부르기도 하지.” 나는 공작의 말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거기 서 있지만 말고 털을 한번 쓰다듬어 보시오.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살을 찌운 곰이라 털이 길고 무척 부드럽소.” 공작이 권유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그렇게 해 보았다. 가죽에 가까이 다가가자 동물 냄새가 훅 하고 끼쳤다. 곰의 털은 뻣뻣할 거란 예상과 달리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차가웠다. 곰의 가죽 털을 쓰다듬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그를 바라보는데 공작이 말했다. “이것을 그대에게 주겠소.” “예?” 나는 손을 내 가슴에 대었다. “저를,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저한테 이걸⋯⋯ 주시겠다고요?” 이번 사냥의 가장 큰 전리품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렇게 큰 걸 어떻게 하라고? 이걸 가지고 뭘 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렇소. 토끼나 담비 같은 것은 없지만 늑대 가죽은 있소. 필요하면 그것도 가져가시오.” “아니, 저! 저! 각하! 각하!” 여기서 대화가 끝날 것 같아 다급해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거렸다. “말씀하시오.” “외람되오나! 제가 이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끌고 가기도 무겁고 냄새나는 이 생가죽으로 나더러 뭘 어쩌란 말인가? '저더러 이걸 어떻게 하라고요?' 내가 다급하게 묻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외로 기울였다. “그거야⋯⋯ 사용처는 그대가 생각해 볼 일이지. 가죽 재단사를 찾아가시오. 이 가죽으로 할 수 있는 걸 알려 줄 것이오.”     난데없이 곰 가죽을 갖게 된 나는 폴린느 부인에게 부탁하여 재단사를 저택으로 불렀다. “엄청나군요⋯⋯.” 가죽 재단사는 내가 받은 가죽을 보더니 황금이라도 본 것처럼 두 눈을 번쩍이며 가죽을 두 손으로 이리저리 훑고 여기저기 코를 가져다 대었다. “이런 가죽은 재단 일을 한 평생 처음 봅니다. 가죽에는 상처 하나 없고 월동 준비를 하던 곰이라 털 빠짐도 없고 모피의 질도 남다르군요. 이런 곰은 어떻게 잡으셨습니까? 앞발과 뒷발이 멀쩡한 것을 보니 덫도 쓰지 않으신 듯한데⋯⋯ 아하, 입안에 상처 자국이 있군요. 창으로 입안을 노리셨습니까? 대담하시군요.” 전문가에겐 그런 것도 보이는 모양이었다. “모피에 대해선 좀 아십니까?” “전혀 모릅니다.” “스카디령에 사는 곰의 모피는 다른 곰의 모피에 비해 무척 털이 길고 빽빽해서 방한과 방수도 잘 됩니다. 그리고 이 털이 기름을 바른 듯 자르르하니 담비 털 못지않습니다. 가죽이 두껍고 무거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가죽 갑옷을 만들고자 하면 장점이 되지요. 이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면 화살과 칼도 갑옷을 뚫을 수 없을 겁니다.” '화살? 칼?' 하지만 내가 전사도 아니고 화살도 못 뚫는 가죽 갑옷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이걸 어디다 써?' 내 심정을 눈치챘는지 재단사가 물꼬를 돌렸다. “겨울 외투를 만들기도 좋지요. 눈과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이니까요. 외투뿐 아니라 털모자, 목도리, 신발까지 이만한 크기면 원하는 건 다 만드실 수 있습니다. 이 가죽으로 무엇을 만드시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번뜩하고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럼 이 옷으로 외투를 두 벌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아나 아가씨에겐 이미 포근한 겨울 외투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벌 더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나는 아나 아가씨의 치수도 함께 재어 발목까지 오는 겨울 외투를 만들었다. 곰 가죽이 얼마나 큰지 그러고도 가죽이 남아 털모자와 털 신발, 장갑까지 만들 수 있었다. 약 한 달 뒤 도착한 외투는 입어 보니 무겁긴 했지만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모자와 신발, 장갑까지 끼고 거울을 바라보니 마치 한 마리 검은색 곰 같은 모습이 보였다. '와, 곰은 겨울에도 정말 따뜻하겠구나.' 외투를 입은 뒤 공부방으로 가 아나 아가씨에게도 입히니 우리는 두 마리 곰 같았다. “선생님, 이렇게 따뜻한 외투는 처음이에요.” “그러게요. 저도 처음이랍니다.” '그런데 이 좋은 가죽을 왜 나한테 줬지? 가죽이 남아돌아서?' 덕분에 방한용품은 다 갖추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공작이 내게 왜 곰 모피를 하사했는지 의문이었다. ❖ ❖ ❖ 발드르 드 스카디가 가정 교사에게 모피를 하사한 이유는 간단했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모피를 두른 모습이. 여름에는 전투, 겨울에는 사냥. 얼어붙은 대지가 더 이상 아무것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겨울이 오면 공작과 휘하의 영주들은 군사들을 이끌고 사냥터에 모여 대규모 사냥을 벌였다. 겨우내 적은 먹이로도 모두가 생존할 수 있도록 가을 동안 불어난 짐승들의 수를 줄여 개체 수의 급격한 붕괴를 막고, 민가로 내려오는 해수를 구제하며 잡은 고기를 주민들에게 베푼다는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었지만, 실제로는 사냥이란 이름의 군사 훈련을 통해 공작 자신의 무위와 군사력을 자랑하고 산하 영주들의 인정과 존경을 얻어내기 위함이었다. 군사들이 너른 숲을 에워싸 사냥감들의 도망을 막았고, 기병들이 점차로 짐승을 몰아왔다. 제아무리 넓고 사냥감이 많은 사냥터라 해도 수많은 인파가 마구잡이로 사냥을 하면 사고를 막을 수 없는 법이다.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