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47화
47.
“그, 그게…….”
하임은 침을 한 번 삼켰다. 목구멍이 조금 아릿했지만 무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첨예한 긴장 속에서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그,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라 그런 거잖아요. 실제로 무혁 씨를 주, 죽이려고 했고 나도 죽이려고 해서…….”
반쯤 혼이 나간 채 말을 쏟아 내던 하임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그는 군인이야. 적을 먼저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군인. 그녀는 어떻게든 현실과 타협하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혁 씨는 나한테는 그런 행동한 적도 어, 없고, 앞으로도 안 그럴 거잖아요…….”
“…….”
“……그렇죠?”
무혁은 잔뜩 움츠려 있으면서도 저를 원하는 듯한 하임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였을 때, 이 여자가 어디까지 물러날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질문이 이상하네.”
“…….”
“너한테 앞으로도 안 그럴 거냐니. 일부러 나 자극하려고 그런 질문하는 건가?”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근데 왜 날 그런 눈으로 봐. 사람 돌아 버리게.”
당기는 힘에 끌려간 하임의 눈이 잘게 떨렸다. 그의 얼굴이 숨결이 닿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평소 무혁에게서 느껴지던 느슨한 여유나 무심함 대신 다른 결의 감정이 느껴졌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집착 같은 것. 목표물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임은 이제야 그를 제대로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속을 전부 들여다보려는 눈. 보호와 소유, 경고와 집착이 한 덩어리로 뒤엉킨 채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와서 도망가고 싶어도 늦었어.”
“…….”
“지금까지 나한테서 도망친 새끼들은 전부 다리에 구멍이 나거나 발목이 잘렸다고 해도, 하임 씨한테는 그렇게 못 할 거예요.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워서 보기만 해도 아까운데.”
무혁이 하임의 발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그렇다고 도망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만약 그랬다간 몇 번이고 나한테 다시 붙잡힐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요?”
촉, 촉, 촉.
그의 입술이 뺨과 이마, 관자놀이에 살포시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가 하임 씨를 내 영역에 가두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줘요.”
이내 입술과 입술이 맞닿자 하임의 눈이 자연스레 감겼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이 느낌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건 그저 그런 폭력적인 남자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감당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강단 있는 인간이었다. 그의 손길과 눈길엔 묘하게 일그러진 집요함이 섞여 있었다.
저를 잡은 손 또한 힘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빠져나갈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도망칠 선택지 자체를 지워 버리는 방식이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그가 싫어진 건 아니었다.
‘……나도 좋은 걸 어떡해.’
지나치게 위험하고 치명적인 상대를 좋아하게 돼 버렸다. 그가 너무 좋아서 이런 모습을 보고도 계속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길고 두툼한 혀가 목구멍에 닿을 정도로 깊이 들어오자 하임의 가슴이 작게 들썩였다. 무혁은 뻐끔 벌어진 입술 사이로 소극적인 혀를 잡아챘다. 여린 점막을 쓸고 크게 휘저으며 그녀의 옷을 풀어 헤쳤다.
이내 몸집에 비해 제법 차오른 가슴이 그의 손안에서 뭉개졌다. 도드라진 젖꼭지를 꼬집고 비트는 손길에 하임이 바르작거리며 달뜬 호흡을 터트렸다.
“오늘도 누구 오나 잘 확인해요.”
하임의 뒤통수를 받친 무혁이 고개를 꺾으며 그녀의 숨결을 모조리 삼켰다. 말랑한 가슴에 이어 허리를 뭉근하게 어루만졌다.
아랫배를 타고 내려간 손이 둔덕 위에 닿자 그녀가 저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무혁은 두 발을 각각 제 허리 옆에 두는 것으로 손쉽게 제지했다. 그럼에도 무릎이 모아지자 그가 짤막하게 명령했다.
“벌려요.”
어느새 속옷 틈새를 침범한 손이 자그마한 음핵을 꾹 눌렀다.
“흣.”
“혀 쑤셔 넣기 전에 얼른.”
차갑고도 천박한 경고에 화들짝 놀란 하임이 다리에 힘을 풀었다. 무혁은 클리토리스를 간 보듯 매만지다가 긴 손가락으로 소음순을 위아래로 문질렀다.
간지럽히듯 자극하는 손길에 구멍으로 축축한 애액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애액을 윤활유 삼아 날개를 짓이기고 입구 주위에 원을 그리며 어루만졌다. 이내 손톱 끝으로 살살 긁자 하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아흣…….”
무혁은 여전히 입안을 혀로 농락하며 그녀의 목뒤를 감쌌다. 목둘레에 비해 유난히 큰 손 탓에 그녀는 목이 조금 졸리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힌 채 아래에 열기가 고이자, 시야가 허옇게 부서지며 허벅지 안쪽이 후들거렸다. 몽롱해지는 정신과 반대로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섰다.
무혁은 제 소유물에 도장이라도 찍듯 얼굴과 목덜미 곳곳을 입술로 내리눌렀다. 곧 중지와 검지가 질구를 관통하자 음부가 그의 손가락을 바짝 조였다.
“그렇게 넓혔는데 아직도 이리 좁으면 어떡해.”
당장 제 좆으로 한 번에 꿰뚫었다간 찢어질 것 같았다. 그는 숨죽여 헐떡이기 시작하는 하임의 내부를 느리게 들쑤시며 애액으로 흥건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매끌매끌한 감촉을 하루 종일 입에 넣고 즐기고 싶은 충동이 솟았다.
“……빌어먹게 부드러워서는.”
하임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살벌한 뇌까림이었다. 이내 눕혀지기 무섭게 하의가 쑥 내려가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무, 무혁 씨!”
“난 내 할 일 할 테니까 귀 바짝 열어 둬요.”
순식간에 하임을 반라 상태로 만든 무혁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비부 위로 입술을 묻었다. 번들거리는 투명한 단물을 혀로 슥, 핥아 올리자 갑자기 지독한 갈증이 몰려왔다.
그는 가는 허벅다리 양쪽을 붙든 채 연한 분홍빛의 음부를 세밀하게 맛보기 시작했다. 소음순 날개를 음탕하게 핥고 빨수록 설명하기 힘든 위험한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으흑.”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하임은 곧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뱀 같은 혀가 구멍 주위를 배회하며 살점을 짓누르는 통에 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축축해진 질구 주위가 점점 더 끈적하게 젖어 갔다. 제 의지와 다르게 호흡이 밭아지고 신음이 한층 커졌다.
“자, 잠깐…… 후으으…….”
다급히 호소했으나 무혁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움찔움찔거리는 구멍을 집요하게 노려보다시피 하다가 다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질벽이 착실하게 손가락을 조이며 반응을 해 왔다.
“이따가 좆 넣으면 내 좆도 이렇게 조이는 거예요. 알았어요?”
그는 좁디좁은 질구를 천천히 왕복하며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자극을 온몸으로 느끼는 건 하임인데도 저 또한 극렬한 희열이 피어올랐다.
뜨겁고 부드러운 비부를 위아래로 문지르기도 하고, 날개 틈에 고인 애액 한 방울까지 모조리 핥았다. 꼭 제 주인처럼 다디단 것이 미치도록 중독적이었다.
마음 같아선 연약한 살점을 잘근잘근 씹고 모조리 삼켜 버리고 싶었다. 이러한 심경을 대변하는 거친 손놀림과 혀 놀림에 하임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시야가 흐려지는 가운데 절정을 느낀 그녀의 뺨이 발긋하게 달아올랐다.
질척하게 젖어 가는 동안 연달아 교성을 터트리며 간헐적으로 떨 수밖에 없었다. 무혁의 혀가 머릿속까지 휘젓는 것만 같았다. 그가 눈가에 아롱아롱 맺힌 눈물을 핥자 하임이 그의 목을 껴안았다.
“흐으, 그, 그만…….”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단호한 어조는 평소와 달리 뇌쇄적이었다. 딱딱하게 솟은 페니스를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꺼낸 그는 흥분한 만큼 고약한 성미도 배가 된 상태였다.
“앞으로 하려는 게 진짜 행위니까 내 것도 맛있게 먹어 줘야지.”
무혁이 하임의 귓불을 아프지 않게 깨물며 귀두로 질구 주위를 꾹꾹 눌렀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자극에 그녀의 잇새로 아릿한 신음이 터졌다.
그는 넣기 전부터 도리질 치는 하임을 벌주듯 선단을 구멍에 맞추고서 힘 있게 골반을 밀었다.
“……!”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에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저도 모르게 헉, 숨을 삼킨 그녀의 턱이 뒤로 젖혀졌다.
“힘 풀고 다리 더 활짝 벌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