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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세번째 아내 (3)


시아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고,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홍당무. 나 니 다리 베면 안 되냐?” “안 돼요.” “너 남편한테 이렇게 대하면 구속되는 거 알지?” “칫. 내가 바본 줄 알아요?” 입을 삐죽이다 말고, 그녀가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그치만, 맘대로 해요.” 나는 시아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댔다. 놀랍게도, 살이 심하게 부드러웠다. 그냥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얹었을 뿐인데, 시아의 숨결이 이상하게 짧아졌다. 쌕, 쌕. 천천히 빨라지는 숨소리. 이거, 왜 이렇게 꼴리지? 그때, TV 화면이 갑자기 전환됐다. 긴급 속보 자막이 떴다. 「오늘 오전, 정부청사 외벽에 ‘F등급 폐지, 강제이혼 반대, 출산헌법 개정’ 이라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경찰은 이를 반국가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경찰청장 이진우가 마이크 앞에 섰다. “경찰력을 총동원해, 범죄집단을 뿌리까지 뽑겠습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반국가단체의 수괴 심민우 대령을 지목했습니다. 심민우 대령은 작년부터 F등급 시민들을 선동해, 국가 체제에 반기를 든 인물로, 한때는 함흥전투에서 맹활약한 통일전쟁의 국민영웅이었습니다. 경찰은 국정원과 협력하여 그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KTN 맹철기였습니다.」 나는 소파에 누운 채 말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저런 반국가단체가 있네.” “그러게요.” 그냥 던진 말에 누군가 맞장구를 쳐주는 일. 그게 아내라는 사실이, 새삼 기분 좋았다. “오늘 우리 쉬는 날인데, 하루 종일 뭐 하지?” “글쎄요? 뭐 하고 싶은데요?” “하루 종일 떡칠까?” “…아뇨.”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럼 빨개벗고 숨바꼭질?” “…변태.” “그럼 뭐 할 건데?” “영화 볼까요? F등급케어사 개봉했던데요.” “어두운 데는 싫어. 홍당무 얼굴 안 보이거든.” “……이씨.” 툴툴거리며 방으로 들어간 그녀가 잠시 후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딱히 화장한 것도 아닌데, 느낌이 달랐다. 정돈된 머리, 얇게 다듬은 눈썹,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선 채 있는 그 모습. 숨겨진 얼굴이 드러난 느낌. 괜히 눈을 못 마주치겠다. ㅡㅡㅡㅡㅡ 우리는 집 앞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시아는 두 걸음 뒤에서 조용히 따라왔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넌 내가 그렇게 별로야?”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그건 아니에요. 변태 같긴 하지만, 싫은 건 절대 아니에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남처럼 굴지 말고… 팔짱이라도 껴봐.” 시아는 머뭇거리다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소매 끝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나는 그 손을 감싸 쥐고, 그녀의 팔을 내 팔 안에 끼웠다. 그 순간, 시아의 얼굴은 또 다시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공원 벤치에 앉았다. 조용했다.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시아는 물병을 꺼내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다. 작은 입술로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저기요.” “응?” 그녀가 내 쪽을 힐끔 보았다. “그쪽은… 제가 몇 번째 아내예요?” “…세 번째.” 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눈썹이 살짝 좁혀져 있었다. “그 두 분은… 어떠셨어요?” “한 명은, 국가 시스템에 뺐겼고 한명은, 국가 시스템 덕분에 헤어졌고.”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입술을 한 번 꼭 깨물더니, 낮게 말했다. “…질투 나네요. 이상하죠?” 나는 살짝 웃었다. “나한테 관심 없던 거 아니었어?” “그쪽한테 관심 없다고 한적 없는데....”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근데 너 자꾸 나한테 그쪽이라고 부를래?” 그녀가 당황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여보” “……못해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나는 어이없어 웃었다. “그럼 이름 불러. 진태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남편한테 이름을 불러요… 그건 좋은 아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신랑?”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랑’이라고 불러도 돼요?” “오. 그거 좋은데?” 그 말을 듣고도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천천히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두 눈이 마주쳤다. 시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술이 닿았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랑이는 어떤 음식 좋아해요?" "랑이는 어떤 회사 다녀요?" "랑이는 나 안예뻐서 싫진 않아요?" 호칭이 생겨서인지 가벼운 입맞춤 때문이었는지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이것저것을 쉬지 않고 물었다. 한마디 할 때마다 얼굴은 붉어졌지만... ㅡㅡㅡㅡㅡ 불을 끄고, 안방 스탠드 조명만 남은 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시아는 얇은 잠옷을 입은 채, 두 손으로 옷자락을 꼭 쥐고 들어왔다. 젖은 듯 축 늘어진 머리, 시선은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이불을 들어 올렸다. “이리 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침대 위로 올라왔다. 처음엔 거리를 두고 누웠지만, 내가 팔을 벌리자 말없이 안겨들었다. 내 팔 안에 들어온 그녀는 몸을 작게 웅크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땀이 차네.” “…네?” “속옷만 입고 잘래?” 시아는 아무 말 없이 숨을 한번 쉬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셔츠를 벗었다. 그 소리에 그녀가 살짝 움찔했다. “너도… 벗어봐.” 시아는 등을 돌리고 조심스레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브라 하나만 남았을 때, 나는 그녀의 등 뒤로 팔을 뻗어 안았다. 등과 가슴이 맞닿았다. 피부에 닿은 온기가 서로를 감쌌다. “브라…” 그 말에,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침묵. 숨결만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조용히 팔을 뒤로 가져가 브라 후크를 푸는 손길. 딸깍— 가늘게 들리는 소리와 함께 끈이 풀리고, 천이 어깨를 따라 미끄러졌다. 시아는 천천히 그것을 벗어 이불 옆으로 밀었다. 나는 그녀를 앞에서 바라보았다. 작고 단정한 곡선. 하얀 피부 위, 움츠린 어깨. 긴장한 듯 선 유두. 무언가를 말없이 기다리는, 그런 모양이었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끼고 팔로 가슴을 가리려 했다. 나는 조용히 그 손을 붙잡았다. “가리지 마. 지금 너무 예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앙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볼이며 목이며 온몸이 천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그 채도를 가만히 느끼며, 그녀를 꼭 안았다. 가슴이 가슴에 닿았다. 허벅지가 겹쳤고, 배가 부드럽게 맞물렸다. 그녀는 내 등을 안았다. 젖은 듯한 감촉. 가슴과 허벅지, 아랫배까지 하나씩 맞닿으며 천천히 달라붙었다. 시아는 말없이 숨을 삼켰다. 나는 그 조심스러움이 너무 귀여웠다. 손끝이 그녀의 등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자, 시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러다 조심스레 말했다. “그 아래쪽은… 아직 안 돼요…” 나는 그녀의 귀 가까이 속삭였다. “보지?” 그녀는 숨을 잠시 멈추더니— 귀끝까지 빨개진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 “…네.” “알았어.” 시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다시 천천히 어루만졌다. “대신, 이렇게 안고 잘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목에 팔을 감았다. 그날 밤,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옷을 벗은 채 서로를 안고 잤다. 가슴이 맞닿고, 배가 닿고, 허벅지가 겹친 채— 사귀는 것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지만 분명히 사랑하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더 야했고, 더 진심 같았다. ㅡㅡㅡㅡㅡ 나는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김도윤 팀장에게 따로 불려 나왔다. 회사 근처도 아니고, 낯선 카페였다.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김도윤 팀장은 이상하게도 초조한 얼굴이었다. 평소의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앞에 앉았다. “왜 여기서 보자고 하셨어요?”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좀 난처한 상황이야.” “무슨 일이세요?” “미행당하고 있는 것 같아. 출산관리국 쪽에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출산관리국이 A등급인 그를?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누가요?” “출산관리국 수사팀. 감시도 당하고 있어. 정확한 이유는 나중에 말할게. 지금은 시간이 없어.” 그는 코트를 열고,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카드형 USB와 종이 메모를 꺼냈다. “이건 출산정보 시스템에 접속 가능한 마스터 계정이야. 내 이름으로 만든 게 아니라서 추적은 어려울 거야. 이 계정, 내가 예전에 말했던 그… S등급 커뮤니티. 리더에게 전달해줘.” 내 직장 [시큐어 인텔리전스 개발소] 국가 시스템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주업체고, 우리팀은 그중에서도 출산관리국 유지보수 담당. 마스터 계정은 가지고 있을수도 없고, 유출은 명백한 불법이다. 나는 너무 찜찜한 느낌이었지만 말없이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 사람들 아니면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없어. 꼭 부탁해.” “…근데, 왜 저한테요?” “너밖에 없어. 자세히 말할 시간이 없어. 나를 도와주면 확실하게 보상할거야" 그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며 숨을 고른 뒤, 메모를 밀어줬다. “이게 커뮤니티 암호랑 접선 연락처야. 꼭 좀 부탁해.” 나는 메모를 바라봤다. 암호엔 익숙한 코드들이 있었다. 김 팀장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곧 잡힐 수도 있어. 니가 도와줘야 내 혐의를 풀 수 있어.” 그는 자리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잘 전해. 그러면 내가 네 인생을 달라지게 해줄 수 있어.” 카페를 나와 한참을 걸었다. 한 손에 김도윤 팀장이 준 USB와 메모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야….” 걸음을 멈췄다. 사람 없는 골목에 서서, 다시 그 종이를 펼쳐봤다. 암호, 접선 연락처, 그리고 계정 코드. 이건… 진짜 불법이다. 국가 시스템 마스터 계정. 이걸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범죄고, 남에게 넘긴다는 건 더 큰 범죄였다. 게다가, 그걸 내가 넘기라는 거잖아.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씨발… 왜 나야.” 김도윤 팀장은 어쩌면 이미 끝장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가 빠져나가려는 수렁의 입구에 발을 걸친 셈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럽게 찜찜했다. “아… 몰라.” 나는 그대로 USB를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지금 판단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어차피 퇴근 시간은 지났고, 지금 내가 할 일은 딱 하나였다. 시아. ‘시아한테 뭐라도 사가야겠다.’ 평소처럼 말없이 안겨줄지도 모른다. 아니면, 눈에 띄게 얼굴을 붉히며 “랑이…” 할지도. “맛있는 거 사가자.” 나는 치킨집에 들렀다. 시원한 맥주 캔 몇 개,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봉투를 양손에 들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 짧은 거리 동안,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나 왔어.”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시아가 거실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눈이 반짝였다. “뭐 사왔어요?” 나는 봉투를 흔들었다. “치킨. 맥주도.” “우와.” 시아는 기대한 얼굴로 다가왔다. 식탁에 치킨을 펼쳐놓고, 맥주를 따르자 그녀는 먼저 닭다리 하나를 집었다. “홍당무가 닭다리부터 먹네?” “이건 제 권리예요.” “뭔 권리야.” “랑이가 산 거니까, 먼저 고를 권리요.” 나는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아도 맥주잔을 조심스럽게 들고, 따라 마셨다. “취했어?” “한 모금 마셨는데요?” “근데 얼굴은 왜 빨개?” “…그런 체질이에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럼 지금은 안 취했으니까, 만져도 되겠네.” 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요?” "시아, 젖" "이 씨.." 나는 식탁 밑으로 손을 내렸다. 그녀의 허리 옆, 살짝 벌어진 티셔츠 자락 사이로 손을 넣었다. 시아가 움찔했다. “랑… 지금…”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녀의 옆구리를 지나, 브라 아래쪽으로 손이 닿았다. 시아는 맥주잔을 놓고 입술을 꾹 물었다. 내 손이 브라를 제치고 가슴에 닿았다. 작고 부드러운 곡선.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따뜻한 살결과 약한 떨림. 손안에서 전해지는 말랑한 감촉. 심장소리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끙끙대고 있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시아의 윗옷과 브라를 벗겨버렸다. 팔을 들어주지 않아 살짝 힘들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이며, 그녀의 유두를 엄지로 살짝 눌렀다. “읏…” 짧은 신음이 시아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시아는 가슴을 팔로 다시 가리고, 난 그것을 치우고.., 그렇게 몇차례 거듭한 후에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밝은 불빛에서 본 가슴은 더 봉긋하고 예뻤다. 한손으로 가슴을 조물조물 주무르며 맥주를 마셨다. 시아는 여전히 끙끙거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모습이 졸라 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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