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두 아내 (1)
집에 돌아왔을 때, 시아는 쇼파에 앉아 쿠션을 꼭 안고 있었다.
“괜찮아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시선이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바닥을 향했다.
시아는 다가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까 전화 오고… 그 뒤로 계속 걱정했는데…”
“시아야… 나, 오늘… 조사받았어. 출산관리국에서.”
“네? 왜요…?”
“김도윤 팀장 때문에. 저번에 뉴스에서 봤지? 그 사람 불법으로 임신 시킨 거.”
시아는 눈을 크게 떴다.
“그 팀장님이요? 그게… 랑이랑 무슨 관계가…”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한달쯤 전에, 그 사람 집에 초대받아서… 저녁 먹었거든.
근데… 그 집에, 그 사람 아내가 있었어. 서아린이라고”
시아는 숨을 멈춘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끝나고… 갑자기 그 여자가 내 옆에 앉더니…
내 몸을 만졌어.
김도윤 팀장은 그걸 보고도 아무 말 안 했고, 오히려 자리를 피했어.”
시아는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난… 당황했지만, 멈출 수 없었어.
그 여자와… 어쨌든 관계를 가졌어.”
시아는 아무 말 없이 내 눈을 바라봤다.
“그 여자가 임신했대.
그리고… 출산관리국은 내가 그 애 아빠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
한참의 정적.
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 여자… 이름 뭐라고 했죠?”
“…서아린.”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작게, 작게 중얼였다.
“랑이… 나랑 결혼하고… 이제 4일째예요.”
시아는 고개를 들었고, 그 눈은 벌겋게 젖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이랑 첫날밤 보내고… 좋아하고…
계속 좋아하고…”
나는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는 살짝 물러섰다.
“이건… 나 때문이 아니라, 나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으면서도…”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너무 속상해요…”
“그래서 말한 거야. 숨기고 싶지 않아서…”
시아는 조용히 돌아섰다.
“오늘은… 그냥 잘게요.”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ㅡㅡㅡㅡㅡ
다음날 아침,
폰에서 울리는 조용한 진동.
“네, 진태유입니다.”
『출산관리국입니다. 진태유님, 어제 검사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손이 조용히 식탁 위를 짚었다.
시아는 안방에 있었고, 거실은 고요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하루면 충분하네요.』
“...네.”
『NIPT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서아린 씨가 임신한 아기의 생부는 진태유 씨로 확인됐습니다.』
머릿속이 짧게 멈췄다.
『법원의 확정서가 발부되면, 서아린 씨에게 정식 통보가 이루어지고, 진태유 씨가 현재 거주 중인 주소로 서아린씨가 변경 배정될 수 있습니다.』
"자동 배정인가요?"
『출산관리국은 임산부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서아린 씨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어제 안내드린 바와 같이, 거주지 변경은 서아린 씨의 결정에 따릅니다.』
“그럼, 아직 모른다는 건가요…? 그녀가 올지, 안 올지…”
『네. 서아린 씨에게는 아직 통보 전입니다.
진태유 씨는 서아린 씨의 해당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뒤, 태유는 한동안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진짜… 내 아이라고?
그 순간, 방문이 열리고 시아가 수면바지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내밀었다.
“전화 왔어요…?”
태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응. 별일 아냐.”
하.. 이걸 어떻게 하지...?
ㅡㅡㅡㅡㅡ
그날은… 너무 빨리 왔다.
나는 아직도 시아에게 말하지 못했다.
입 안에서 맴돌던 말들은
매번 시아의 웃음에,
사소한 질문에,
장난스러운 손끝에
가슴속으로 다시 삼켜졌다.
“랑이~ 이거 봐요, 내가 한 거 귀엽죠?”
그녀가 만든 이상한 모양의 팬케이크를 보고 웃고,
손가락에 잼을 묻혀 내 입에 대는 걸 받아먹고,
자는 척하며 내 품에 안겨,
자지를 만지작거리는 그 행동마저 귀여워 보여서―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띠리리.”
짧고 전자음이, 현관에서 울렸다.
시아의 손이 멈췄고,
나는 그대로 굳었다.
국가 배정 주택의 지문인식기는 단 한 가지 조건으로만 작동한다.
배정된 사람의 지문.
즉, 출산관리국의 시스템이
이 집에 새로운 배우자를 등록했다는 뜻.
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누구예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낯선 구두 소리.
조용하고, 당당하고, 익숙한 듯한 걸음.
문이 열렸다.
서아린.
그녀가,
우리의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그냥 문을 열고,
마치 당연하다는 듯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거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낯설지 않은 얼굴.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노랗게 염색한 긴 생머리.
빛을 받으며 부드럽게 흐르듯 떨어지는 그 머릿결이,
당당한 그녀의 걸음마다 가볍게 흔들렸다.
투명할 정도로 뽀얀 피부.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는
광이 날 정도로 매끄러웠고,
그 위로는 딱 붙는 연베이지색 니트가
풍만한 가슴선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비현실적이게 정제된 외모.
눈썹부터 입술까지,
무표정한 얼굴에도 틈 하나 없는 완성도.
섹스를 안 해도
섹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여자.
한 번 본 남자는 절대 잊지 못할,
시선과 본능을 동시에 잡아채는 외모.
그런 여자가―
현관을 지나, 우리 둘만의 침실로 이어지는 문턱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시아가 아주 작게 물었다.
“...저 사람… 누구예요?”
시아가 조용히 물었다.
아직 내 팔을 베고 쇼파에 기댄 채였지만,
그녀의 눈은 서아린을 향해 있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서아린은 아무렇지 않게 소파 맞은편 식탁 의자에 앉았다.
치마가 들리며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여기, 내 집이에요. 이제.”
그 말에 시아의 손이 움찔했다.
아직도 내 자지 위에 올려 있는 손.
“…거짓말이죠…?”
나는 시선을 피했다.
“출산관리국에서 통보받았을 텐데요.”
서아린은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배정확정서의 통지 화면이 떠 있었다.
[거주지 변경 통지]
진태유(007001272)의 배우자 서아린(016083260).
임신자 보호 조항에 의거, 임신자 서아린의 요청으로
진태유의 거주지에 2년 거주 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거주 기간의 단축은 서아린의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시아의 손이 떨렸다.
“뭐예요, 이게…”
나는 숨을 들이켜려다,
입술만 달싹였을 뿐, 아무 말도 못했다.
시아는 천천히 일어났다.
침대 위에서,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눈동자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언제부터…예요?”
“시아야…”
“저…랑이한테 다 줬어요… 처음이었어요…
근데… 임신한 여자가… 왜… 우리집에”
그녀는 입술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눈물이 뚝 떨어졌다.
“…싫어요…”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시아는 발을 질질 끌며, 침실로 사라졌다.
문이 ‘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옆에서, 서아린은 조용히 말했다.
“잘 지내봐요.여보”
ㅡㅡㅡㅡㅡ
저녁
식탁 위엔 스테이크 접시가 두 개뿐이었다.
서아린이 앞치마를 정리하며,
마지막 소스까지 정성스럽게 뿌렸다.
“굽기는 미디엄레어.
태유 씨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웃으며 내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 옆엔, 그녀 자신의 접시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시아가 앉은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접시도 컵도 없었다.
나는 잠시 멈칫하다,
접시를 밀어 시아 앞으로 밀어줬다.
“…이거 먹어.”
시아는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대답했다.
“싫어요… 저 여자가 만든 음식”
나는 억지로 웃으며 그녀 앞에 포크를 쥐어줬다.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아린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느긋하게 물컵을 들며 말했다.
“집이 좀 작죠, 여긴.
침실도 하나고, 식탁도 작고.”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근데 뭐, 다음 달부터는 달라지겠네요.
내 덕분에 태유 씨, 이제 C등급이잖아요?”
시아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출산관리국에서 큰 집 배정해준다고 하더라구요.
방 두 개짜리. 거실도 넓고, 테라스도 있고.”
“아, 물론 그때 쯤엔 시아 씨가 아니라—
다른 새 아내가 옆에 앉아 있겠죠?”
그 말이 끝났을 때,
시아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조용히 떨어졌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입맛도, 말도, 생각도 사라진 채
그 울음을 바라보기만 했다.
ㅡㅡㅡㅡㅡ
그날 밤 침실.
두 여자가 팬티만 입고 침대 위에 앉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너무 꼴리는 상황이었지만,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피하는게 상책이다.
"난 쇼파에서 잘게."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시아와 아린,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왜요?"
"무슨 소리예요?"
아린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풍만한 가슴이 살짝 출렁였다.
"태유씨가 빠지면, 나랑 저 여자랑 자라는 거예요?"
시아도 따라 일어났다.
"나, 저 여자랑 둘이서… 절대 안 자요."
두 여자의 시선이 침대 위에서 교차됐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아린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며 침대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난 임신했으니까, 태유씨랑 자야죠. 시아씨가 거실에서 자요."
시아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먼저 결혼한 아내에요. 내가 옆에서 자요. 당신이 나가요."
그녀도 이불 반대편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나는 결국 침대 가운데에 끼이게 됐다.
침대가 좁아 둘은 더 내 몸에 밀착했다.
양쪽에서 퍼지는 체온, 은은한 향기, 숨소리.
이 와중에 꼴리는
염치 없는 자지.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 순간—
무릎 위로 뭔가가 스르르 스치기 시작했다.
이불 안쪽, 사타구니를 타고 올라오는 감촉.
부드럽고 거침없는 손가락.
아린이다.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손은 능숙하게 팬티 밴드를 넘고 있었다.
“아…”
숨을 참았지만, 이불이 아주 미세하게 들썩였다.
그 순간, 반대쪽에서도 손가락이 움직였다.
조심스럽고 따듯한 손가락.
시아였다.
아직 부끄러움이 남아있는 손이 천천히 허벅지를 타고 들어왔다.
두 손이 동시에, 같은 목적지를 향해 접근했다.
아. 씨발.
환장하겠네.
자지 위 한가운데서—
둘의 손끝이 맞닿았다.
양심도 없는 자지는
터질듯 발기했다.
두 사람 모두 멈췄다.
서로의 손등을 인식한 듯, 가늘게 떨리는 숨소리.
그리고 동시에,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등이 부딪히고, 손가락이 엇갈리고,
그 아래의 내 자지는 이미 너무 단단해져 있었다.
이거 뭐지...
나는 침묵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느껴지는 감촉만으로 숨이 가빠졌다.
좌우에서 엇갈리는 두 손의 감촉.
서로에게 양보하지 않는 탐색.
시아의 손끝은 수줍지만 애틋했고,
아린의 손은 노련하고 거침없었다.
그 순간, 이불 안은
가장 뜨겁고 조용한 전쟁터였다.
이불 속에서 손등이 맞닿는 순간,
시아가 먼저 터졌다.
“비켜… 이 자지, 내 거야!”